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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배구 최초 두 포지션 국대' 한수지 은퇴 "후배들이 포지션 변경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2024-11-24 11:12:05 (4일 전)

다재다능했던 국가대표 배구선수 한수지(36)가 18년간 활약했던 정든 코트를 떠났다.

한수지는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정관장의 2024~20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2라운드 경기에 앞서 은퇴식을 가졌다.

한수지는 2006년 전주 근영여고를 졸업하고 GS칼텍스에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하며 성인 배구 무대에 데뷔했다. 장신 세터로 기대를 모았던 한수지는 입단 첫 시즌 신인상을 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2007년 보상선수로 현대건설로 이적하게 된 한수지는 2009~2010시즌 세터상을 수상했고, 2010년 보상선수로 인삼공사(현 정관장)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16~2017시즌을 앞두고 미들블로커로 자리를 옮긴 한수지는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포지션 변경에 성공했다.

2019~2020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팀인 GS 칼텍스로 복귀한 한수지는 2020~2021시즌 트레블(컵대회, 정규시즌, 챔피언 결정전) 달성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2022~2023시즌에는 블로킹 부문 1위를 차지하며 GS 칼텍스의 중원을 책임졌다. 한수지는 통산 18시즌 동안 492경기 1726세트에 출전해 2009득점을 기록하는 등 V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했다.

한수지는 은퇴식에서 공개된 헌정 영상이 끝난 후 "지금 이 자리가 선수로서 설 수 있는 마지막 자리인 것 같다. 제 은퇴식에 와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며 "변함없이 응원을 주셔서 감사했다. 앞으로도 GS칼텍스에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후 인터뷰실을 찾은 한수지는 취재진과 만나 "후련하다. GS 칼텍스 구단에서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뜻깊은 시간이 됐다. 은퇴 영상은 만족스러워서 눈물보다 웃음이 났다"고 활짝 웃으며 소감을 밝혔다.

이제야 운동과 루틴에서 벗어나 일반인의 삶을 살게 됐지만, 아직은 어색하다. 한수지는 "선수로서 복귀는 어려울 것 같다. 아직은 일어나서 헬스장을 가고 운동도 하며 지내고 있다. 2017년에 결혼해서 8년 차가 됐는데 이렇게 남편과 같이 오래 지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다투기도 했다. 다들 왜 싸우는지 알 것 같다. 지금은 차츰 적응돼 잘 지내고 있다"며 "요즘은 2세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배구는 태어나봐야 알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신인왕을 수상하고 세트 리그 1위를 기록한 세터가 주전 미들블로커로서 블로킹 득점 1위에 우승까지 차지한 건 보기 드문 일이다. 포지션 변경을 했음에도 V리그 통산 블로킹 득점 7위, 세트 성공 7위(7490개)에 해당하는 기록을 남겨 그 활약을 짐작게 했다. 특히 두 포지션으로 국가대표에도 승선한 건 한수지가 한국 배구에서도 최초다.

한수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을 묻는 말에 "포지션 변경 첫해인 2016~2017시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잘했다기보단 그때 배구가 정말 재미있었다"며 "당시 서남원 감독님의 권유로 포지션을 세터에서 미들블로커로 바꿨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다행이다. 두 포지션으로 국가대표를 하는 게 내가 처음이라고 해서 만족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을 살려 향후에는 지도자로서 나설 계획도 갖고 있다. 한수지는 "두 개 포지션을 다 해봐서 지도자로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포인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선수들의 마음을 더 잘 헤아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은 선수들이 포지션을 두 개씩 한다. 어릴 때는 잘 모르겠지만, 많이 경험하다 보면 잘하는 걸 찾을 수 있다. 나도 30세에 가까운 나이에 포지션 변경을 했는데 많이 하다 보면 더 빨리 찾을 수 있다. 후배들이 포지션 변경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그의 마지막 소속팀 GS칼텍스는 풀세트 접전 끝에 5연패 수렁에 빠졌다. 리빌딩 첫 시즌에 부상 선수들이 많은 탓이다. 한수지는 "지금은 리빌딩 과정 중이다. 이런 시간을 잘 견디고 버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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