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리뷰] '14연패 끊은' GS칼텍스, '불안감 노출한' 흥국생명
2025-01-08 11:41:45 (16일 전)
후반부의 출발을 알린 1월 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4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최하위와 선두의 대결이었다.
특히 2025년 처음 열린 배구 경기였기에 강추위에도 관중 2,838명이 체육관을 찾아 응원전을 펼쳤다.
이날 경기는 상당한 의미를 지녔기에 경기 전부터 관심이 증폭됐다. 홈팀 GS칼텍스는 팀 최다인 14연패를 기록중이었다. 끝없는 패배 속에 선수단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터널 안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흥국생명에게도 승리가 꼭 필요했던 경기였다. 개막 이후 브레이크 없는 14연승을 내달리다 외국인선수 투트쿠의 부상 이후 3연패에 빠지는 힘겨운 상황과 마주했던 흥국생명은 브레이크 직전인 지난해 12월 28일 홈에서 펼쳐진 GS칼텍스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연패를 끊어내며 반등을 알렸다. 이 탄력이 유지되려면 연승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연승과 승점 쌓기를 통해 선두를 지킨 뒤, 상위권 팀과 만나겠다는 계산이었다.
특히 두 팀 모두 새로운 선수가 수혈됐기에 이들의 활약도 관심사였다. GS칼텍스는 아시아쿼터로 선발한 미들블로커 뚜이(베트남)가 데뷔전에 나섰고, 흥국생명은 대체 외국인선수 마테이코(폴란드)가 첫 선을 보인 날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GS칼텍스가 주도권을 움켜쥐었다. 지쳐보였던 실바가 열흘 만에 코트에 서더니 맹공을 퍼부었다. 1세트를 25-19로 따낸 GS칼텍스는 여세를 몰아 2세트도 25-18로 손에 넣었다. 중요한 포인트마다 폭발한 실바의 강타는 엄청난 위력이었다. 실바는 1세트에 10점(성공률 66.6%), 2세트에 11점(성공률 47.8%)을 기록했다. 다른 선수는 보이지도 않았다.
3세트는 접전으로 이어졌다. 19-16까지 GS칼텍스가 앞서면서 경기가 끝날 듯 싶었지만 흥국생명은 정윤주의 강타와 김다은의 블로킹 득점으로 추격했고, 정윤주의 강서브 득점으로 동점에 성공했다. 이어진 정윤주의 강서브는 김다은의 다이렉트킬로 마무리 됐다. 20점 고지에 먼저 오른 흥국생명은 상대 범실로 24-22까지 리드를 유지했고, 김연경의 왼쪽 강타로 세트를 따냈다.
4세트는 흥국생명 정윤주의 세트였다. 12점(성공률 72.7%)을 올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 후반부터 이어진 정윤주 타임은 압권이었다. 특히 4세트 정윤주의 득점 분포는 공격 8(전위 5, 후위3), 블로킹 1, 서브 3으로 전방위 활약이었다.
파이널세트. 초반 흐름은 흥국생명이었다. 서브 범실이 많았던 임혜림이 서브 득점을 올리자, 피치가 권민지의 공격을 차단했다. 정윤주의 강타가 더해지며 흥국생명이 4-1로 앞섰다.
GS칼텍스는 실바의 전후위 공격에 이은 상대 범실로 6-6 동점을 만들었다. 흥국생명 입장에선 3점 리드가 너무 빨리 사라진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GS가 실바의 맹공에 이은 유서연의 득점으로 11-8까지 앞서가자, 흥국생명은 정윤주의 백어택으로 반격했다. 상대 범실 이후 임혜림은 실바의 공격을 차단하며 11-11 동점에 성공했고, 이고은의 절묘한 서브는 득점으로 완성됐다. 흥국생명이 12-11 역전을 끌어냈다.
GS칼텍스는 실바의 득점으로 동점을 이뤘다. 이후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페인트를 구사했지만 GS 오세연에 막혔다. 13-12로 앞선 이 블로킹은 이날 경기 향방을 알려준 상징적인 득점이었다.
이어진 유서연의 서브 때 신연경 리베로의 리시브가 네트를 넘어왔다. 오세연은 추가점을 내며 14-12 매치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유서연의 서브가 아웃되면서 전광판은 14-13을 가리켰다.
흥국생명의 서브는 김연경이었다. 이 서브가 네트에 걸리면서 긴 승부는 GS칼텍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GS칼텍스 선수들은 환호 이후 눈물을 흘렸고, 이영택 감독의 눈에도 이슬이 보였다.
GS칼텍스 선수들은 브레이크 기간 동안 훈련을 거듭하며 연패 탈출을 염원했다. 그 결실이 코트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1일 광주 원정길에서 상대 외국인선수 자비치가 빠진 페퍼저축은행에 3-1 승리를 거둔 이후 67일 만에 맛본 승리의 기쁨이었다.
GS칼텍스는 실바가 51점(성공률 57.1%)을 뿜어내며 승리를 견인했고, 오세연이 11점, 유서연이 10점, 권민지가 7점, 새로 합류한 뚜이가 5점을 거들며 미소 지었다.
뚜이는 속공으로 2점, 블로킹 1점, 서브 2점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흥국생명은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며 100% 컨디션으로 나서지 못했다. 고전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새 외국인선수 마테이코의 아쉬운 활약이었다. 첫 술에 배가 부르기는 어려웠지만 상대도 대비가 안된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은 상당했다.
마테이코는 1세트와 2세트에만 출전해 3점(성공률 15.79%)을 기록했다. 마테이코는 최장 8주 동안 뛸 수 있다. 지금보다는 나아지긴 하겠지만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트라이아웃 첫 날 마테이코는 가장 관심이 가는 선수였다. 197cm 신장이었기에 파워만 실린다면 금상첨화였다.
하지만 현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점프가 낮고, 움직임도 느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아본단자 감독도 "내 리스트에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을 정도다. 무려 3명의 감독이 이구동성으로 "봄 배구로 팀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던 선수다. 나머지 2명의 평가는 더 혹독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나마 페퍼저축은행 장소연 감독이 가장 후한 평가였는데 "팀에 합류해 비시즌 동안 열심히 맞춰간다면 어느 정도 기여는 할 수는 있을 것 같다"라고 언급했었다.
결국 흥국생명은 투트쿠의 회복이 중요해졌다. 마테이코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택배 토스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이를 기대하기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라 정윤주가 에이스로 나서는 실정이다.
흥국생명은 브레이크 이후 체력이 보강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게 위기상황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1라운드와 2라운드 전승을 기록한 흥국생명은 3라운드에서 3승 3패를 기록했다. 4라운드에서 몇 승을 올릴 수 있을 것인지가 매우 중요해졌다.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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