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농구(NBA)의 앨런 아이버슨은 183cm의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개인기
2025-01-28 00:45:18 (3일 전)
미국 프로농구(NBA)의 앨런 아이버슨은 183cm의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개인기와 드리블 능력을 앞세워 MVP를 수상하는 등 전설로 남은 선수다. 그의 별명은 ‘ The Answer’. 코트 위에서 답이 보이지 않을 땐 그에게 공을 주면 된다는 뜻이다. 아이버슨은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종목은 다르지만, “배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코트 위에서 온 몸으로 보여주는 선수가 있어 눈길을 끈다.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아시아쿼터로 V리그에 입성한 바레인 출신의 아웃사이드 히터 모하메드 야쿱(등록명 야쿱) 얘기다.
KB손해보험은 기존의 아시아쿼터 선수였던 맥스 스테이플스(호주)를 3라운드 마치고 방출한 뒤 야쿱을 데려왔다. 프로필 신장 187cm의 단신 아웃사이드 히터로, 가공할 만한 점프력으로 단신의 약점을 만회하는 유형의 선수다. 지난 16일 OK저축은행전에서 교체멤버로 코트를 밟으며 V리그 데뷔전을 치른 야쿱은 19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처음 선발 출장해 풀타임으로 코트를 누비며 20점, 공격 성공률 48.78%을 기록하며 맹활약했지만, 팀 패배(1-3)로 빛이 바랬다.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4라운드 맞대결. 이날 경기 전까지 KB손해보험은 승점 36(13승10패)으로 3위, 우리카드는 승점 30(11승11패)로 4위를 달리고 있었다. 우리카드가 3-0, 3-1로 이겨 승점 3을 챙기면 3위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상황. 반대로 상대를 3-0, 3-1로 이겨 승점 3을 뺏어오면 3위 자리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은 야쿱을 나경복의 대각에서 뛰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선발 출장시켰다. 이날 야쿱의 리시브 효율은 16.67%(4/18, 범실 1개)로 다소 아쉬웠지만, 공격으로 이를 만회했다. 넘치는 탄력을 앞세운 강서브로 우리카드 리시브진을 흔들며 서브득점 3개 포함 15점을 올리며 KB손해보험의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이끌었다.
전위에서 때리는 퀵오픈은 상대 블로커들이 미처 따라붙기도 전에 코트를 강타할 만큼 빨랐다. 후위에서도 강한 탄력으로 달겨들어 때리는 파이프(중앙 후위공격)도 인상적이었다. 아직 새 동료들과의 호흡이 100%가 아님을 감안하면 5,6라운드 나아가 봄 배구에서는 더 빼어난 활약이 기대되는 야쿱이다.
스테이플즈보다 신장은 작지만, 훨씬 더 코트 존재감이 뛰어난 야쿱의 합류 덕분에 KB손해보험은 비예나-나경복-야쿱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삼각편대’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이날도 비예나가 17점(공격 성공률 50%), 나경복이 12점(68.75%)까지 공격 배분도 고르게 가져가면서 상대 블로커들을 효과적으로 흔들었다. 비예나와 나경복이 큰 공격을 담당해주고, 야쿱이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흔들어줄 수 있는 이상적인 조합이다.
우리카드전을 마치고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야쿱에게 농담 섞어 물었다. “프로필상 신장이 187cm인데, 실제 키는 얼마인가?” 이를 물은 이유는 리시브 라인에 함께 서는 리베로 정민수(178cm)와의 키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들은 야쿱은 웃으며 “187cm는 아니다. 신발 신지 않고 재면 179cm다. 신발 신고 재면 180cm를 좀 넘는다”라고 답했다. 본 기자의 느낌이 괜히 기분 탓은 아니었던 셈이다.
179cm면 웬만한 세터보다도 더 작은 신장이지만, 야쿱은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점프력을 앞세운 타점으로 신장의 약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190cm이 훌쩍 넘는 선수들보다 코트 존재감은 더 크다.
한국에 오기 전 야쿱은 사우디 아라비아 리그에서 뛰다 왔다. 시차 적응 등은 이제 끝냈다고. 야쿱은 “한국에 온 첫 주엔 잠을 못 자서 힘들기도 했다. 이제는 팀 훈련과 수면 등에 모든 적응이 끝났다. KB손해보험에서의 생활은 대만족이다. 팀원들이 친근하게 다가와줘서 적응하는 게 한결 수월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야쿱은 바레인 국가대표로 태국에서 열렸던 챌린지컵에서 한국 대표팀과도 맞대결을 펼쳤던 경험이 있다. 야쿱은 당시를 떠올리며 “한국은 강팀이라 져도 ‘강팀이라 괜찮다’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옆에서 이를 들은 나경복은 “야쿱의 이름은 사실 잘 몰랐는데, 얼굴은 알았다. 야쿱이 우리팀에 아시아쿼터로 온다는 얘기를 듣고, 얼굴을 보자 바로 기억이 났다”고 설명했다.
야쿱에게 V리그는 꼭 뛰어보고 싶은 무대였다. 그는 “V리그에 오기 전부터 V리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국에서 꼭 뛰고 싶었다. 강한 리그라서 여기에서 뛰면 좀 더 성장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라면서 “사우디에서 뛰다 ‘V리그에서 뛰어보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무조건 뛰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야쿱이라는 ‘신형 엔진’을 구축한 KB손해보험. 2021∼2022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이후 세 시즌 만의 봄 배구 진출은 기정사실화된 상황. 봄 배구 진출을 넘어 챔피언결정전 진출, V리그 첫 우승까지 일궈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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