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의 무릎수술→25연패 굴욕→우승 감격→창단 첫 은퇴식까지…정든 코트 떠나는 '시몬킬러'
2025-01-02 00:59:51 (1달 전)
![](/files/content/2025/01/thumb/1735747189_59bf2b0176313a596556.jpg)
"은퇴식 한다니까 아내가 울더라.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2024년의 마지막날,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카드 창단 16년만에 첫 은퇴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는 최석기(38). 팬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종일관 밝게 웃었다. 하지만 코트에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순간 울컥하며 울음을 삼켰다.
우리카드 구단은 지난 시즌 주장이었던 그에게 구단 역사상 첫 은퇴식으로 화답했다. 현장을 가득 메운 3000여명의 배구팬들이 뭉클한 작별을 함께 했다. 마침 상대가 최석기의 데뷔팀이자 친구 신영석이 뛰는 한국전력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최석기는 "그동안 우리카드를 위해 분골쇄신한 보람이 있다. 구단에서 내게 큰 선물을 주셨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아내가 울었다. '오빠가 쏟은 헌신이 헛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날 은퇴식에 최석기는 정장 대신 우리카드 유니폼 차림으로 임했다. 그는 "아들이 올해 일곱살이다. 우리카드 유소년팀에서 뛰고 있다"면서 "아들에게 배구선수 아빠의 기억을 남길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한국전력 시절 두번의 정규시즌 25연패(2008~2009, 2012~2013)라는 쓰라린 경험이 있다. 팀 꼴찌는 기본이고, 트레이드, 우승, FA 이적, 계약 해지까지 배구선수로서 많은 시련과 영광의 기억이 은퇴식 속에 녹아 있었다. 선수 인생의 화려한 피날레였다. 최석기는 "온갖 시련을 버티고 이겨냈다는게 내 자부심이다. 덕분에 우리카드에서 꽃피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은 "선수의 헌신에 팀이 보답하는 좋은 행사"라며 활짝 웃었다. 현역 시절 함께 뛰기도 했던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착실하고 긍정적인 선수다. 한국 배구 발전에 힘쓰는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팀후배 박진우는 "끊을 땐 끊고, 풀어줄 땐 풀어주는 리더십이 굉장했다. 정말 믿고 따른 정신적 지주"라고 했다.
데뷔초 최석기(9번)의 포효. 연합뉴스황금 세대 2008년 신인 드래프트 출신이다. 프로팀으로 첫 발을 뗀 한국전력이 1, 6~8순위를, 신생팀 우리캐피탈이 2~5순위를 각각 우선지명한 해다. 최석기는 배구명문 한양대의 에이스였지만, 아직까지 현역으로 뛰는 문성민(1순위) 신영석(2순위) 박상하(5순위) 등에 밀려 2라운드 1순위(전체 6순위)로 한국전력의 선택을 받았다.
입단 첫 해 블로킹 4위, 이듬해 2위에 오르는 등 촉망받는 미들블로커로 출발했다. 수려한 외모와 활기찬 세리머니로 한층 더 존재감을 뽐낸 무서운 신예였다.
3년차 시즌에 당한 치명적인 무릎부상이 평생을 괴롭혔다. 수술만 4번을 받았다. "인공관절 빼고 다 해봤다"고 할만큼 만신창이였다. 창창했던 미래가 어두워지는 듯 했다.
서른 즈음 다시 불꽃이 타올랐다. 2014년 12월 3일, 당대 최고의 선수였던 OK저축은행 시몬을 상대로 한경기에 8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시몬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최석기 선수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당대 최고의 선수였던 OK저축은행 시몬을 상대로 블로킹 8개를 잡아냈던 2014년 12월 3일의 최석기. 스포츠조선DB"프로 선수로 살면서 그런 날이 또 있을까. '오늘 나 미친 거 같아' 그런 얘길 계속 했다. 그날의 짜릿함이 지금까지 운동한 원동력이다."
대한항공으로 트레이드된 뒤 2017~2018시즌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공헌하고 FA로 친정팀 한국전력에 돌아왔다. 하지만 1년만에 방출됐다. 선수생명의 위기에서 그를 받아준 팀이 바로 우리카드다.
한국전력 시절 '은사' 신영철 감독과 재회한 최석기는 2019~2020시즌 속공 2위, 블로킹 8위에 이름을 올리며 부활을 신고했다. 하지만 이후 조금씩 웜업존으로 밀렸고, 마지막 시즌에는 단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로 팀을 이끌었다.
"선수는 경기를 뛸때 가장 아름답다고들 한다. 하지만 경기에 뛰지 못해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말 치열하게 내 모든 것을 쏟아부은 시즌이었다."
시즌이 끝난 뒤 은퇴를 선언, 한국배구연맹(KOVO)의 지원 하에 일본 배구 2부리그(V리그)의 삿포로 옐로우스타즈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있다. 처음엔 견습 코치 대우였지만, 구단의 인정을 받아 챔피언결정전 기간까지 계약을 연장하고 풀타임 코칭스태프로 합류했다.
일본어라곤 '오하요', '아리가또' 밖에 못하는 상황에서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루종일 주고받은 말을 모조리 녹음해서 다시 듣고, 다시 체크하는 노력 끝에 지금은 현지인들이 놀랄 만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정도가 됐다고. "배구 외적으로도 팀 관계자들을 꾸준히 귀찮게 한 덕분에 열정 면에서 어필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장인 내가 이 나이에 수입이 끊긴다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아내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늘 미안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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