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우 삼성화재 감독, “정신 없었던 2년…‘너흰 안 된다’는 예상, 보기 좋게 깰 터”
2024-10-10 13:59:15 (1달 전)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51)을 마주한 곳은 9월 일본 시즈오카였다. 일주일의 해외전지훈련 내내 김 감독은 혹독하게 선수들을 조련했다. 일본 V리그 명문 도레이 애로즈와 4차례 연습경기와 자체 미니게임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해 보이면 강하게 질책했고, 일부 선수들에게는 심야 개인훈련까지 지시했다. 특유의 환한 미소를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한 시절 V리그 최강으로 군림한 삼성화재지만, 지금은 최약체에 가깝다.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전력, 팀 구성으로 힘겨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아무래도 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김 감독은 스스로 부족함을 깨닫고 채워가도록 평소보다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환경 탓’을 하지 않는다. 어렵기 때문에 더 보람을 느낀다. 선수들에게는 강한 기질과 근성을 불어넣고, 조직력을 다지며 희망을 찾아간다. 구단도 베테랑 감독의 노력을 잘 알고 있다. 2023~2024시즌 정규리그 막판이던 올 2월 3년 재계약을 알렸다. 성공적인 체질 개선과 팀 리빌딩의 공로를 인정했다.
사실 삼성화재의 2023~2024시즌도 나쁘진 않았다. 최종 순위는 6위(승점 50)였으나, 1라운드와 3라운드에 5승1패, 2라운드에 3승3패로 선전했다. 4라운드(2승4패)부터 페이스가 뚝 떨어진 게 뼈아팠다. 김 감독은 “이를 다시 반복할 수 없다.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체력이 준비돼야 긴 레이스를 버틸 수 있다”며 치열한 몸만들기를 주문했다.
삼성화재의 새 시즌 방향성은 뚜렷하다. ‘재도약의 원년’이다. 선수단 구성도 나쁘지 않다. 세터 노재욱 등 자유계약선수(FA)를 모두 잡았고, 전진선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이시몬을 데려왔다. 2m 장신으로 핀란드리그 득점왕을 경험한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알리 파즐리(이란)를 아시아쿼터로 영입했고, 여러 해외리그를 거친 아웃사이드 히터 블라니미르 그로즈다노프(불가리아)를 수혈했다. ‘몰빵 배구’가 아닌 균형을 위한 선택이다.
V리그 전초전으로 최근 막을 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도 삼성화재는 조별리그 3전승으로 4강에 올랐다. 현대캐피탈에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해 결승행에는 실패했어도 충분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일부 선수의 부상으로 100% 전력을 쏟지 못한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자신감을 얻었다. 선수들의 응집력도 확인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이야기다.
-벌써 3번째 시즌이다.
“정신없이 지난 2년을 보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수 구성과 팀 문화를 확립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 최대치 성과를 만들어야 했다. 결과는 조금 부족했음에도 구단은 재계약으로 계속 믿음을 줬다. 끝까지 책임지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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