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1순위'라던 박준영·이원석·양준석 동시에 터졌다
2025-01-25 14:51:22 (3일 전)
드래프트 1순위에도 지난 시즌까지 부진으로 '마음고생'
잠재돼 있던 실력 발휘하며 올 시즌 전반기 농구코트 휘저어
2024~25 시즌 프로농구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전반기가 끝난 1월21일 현재 서울 SK(24승6패)가 9연승을 달리며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고, 창원 LG는 어느덧 3위(17승13패)까지 치고 올라왔다. 서울 삼성(11승18패) 역시 반등에 성공, 8위에 랭크되어 있다. 반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수원 KT(15승14패·5위), 원주 DB(14승16패·6위), 부산 KCC(12승17패·7위) 등은 나란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디펜딩챔피언 KCC의 부진은 심각하다.
이에 대해 전 프로농구 출신 조성훈씨(52)는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시즌 전 예상이 빗나가는 경우는 적지 않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유독 더 심해 보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높은 연봉을 받는 각 팀의 간판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한 이유가 크지 않나 싶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 훌륭히 메워
실제로 올 시즌에는 부상자가 유독 많은 모습인데 특히 'KBL 연봉 톱10' 안에 들어가는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현상은 각 팀 입장에서 치명적이다. 높은 연봉만큼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KT 문성곤(7억5000만원)과 허훈(7억원), DB 강상재(7억원)와 김종규(6억원), KCC 최준용(6억원)과 송교창(5억6000만원), LG 전성현(5억5000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예상보다 더 성적이 좋은 팀들에는 저런 부분에 대한 대비가 잘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터운 선수층을 앞세워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거나, 해당 선수의 공백을 메워줄 새로운 카드가 시의적절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다크호스들의 반전이다. 특히 드래프트 1순위 출신임에도 픽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준영(28·KT), 이원석(24·삼성), 양준석(23·LG)의 도약이 눈에 띈다.
박준영 같은 경우 2018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되는 영광을 누렸지만 이후 지지부진한 활약으로 인해 실패한 1순위로 불렸다. 더욱이 2순위 변준형(정관장)이 국가대표급 가드로 성장함에 따라 '변거박(변준형 거르고 박준영)'이라는 비아냥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박준영은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평균 출전시간이 20분을 넘지 못했다. 특히 이전 두 시즌 동안은 각각 6분대와 4분대에 그치며 백업으로서의 비중도 크지 않았다. 성적 또한 초라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무려 23분44초를 뛰며 주전급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10.39)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어시스트(2.07), 리바운드(5.46) 등 각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있다. 3점슛 성공률이 43.01%에 이르는 등 효율까지 올라갔다. KT가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잦음에도 5할 승률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는 박준영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삼성 이원석 또한 마찬가지다. 2021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받은 그는 그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을 보여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하필이면 드래프트 동기들이 하윤기(2순위), 이정현(3순위)인지라 본의 아니게 많은 비교가 되어왔다.
하지만 올 시즌만큼은 그들이 부럽지 않다. 특유의 사이즈와 운동능력을 살린 플레이를 통해 소속팀 삼성에 큰 공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준영이 그렇듯 이원석 역시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평균득점(11.93)에 리바운드(6.44), 야투성공률(52.99%), 3점슛 성공률(33.33) 등에서 모두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유력한 최하위 후보였던 삼성이 예상 밖 선전으로 8위까지 치고 올라간 데는 이원석의 몫이 크다.
2022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 양준석의 도약은 놀라울 정도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그는 '무색무취'로 불렸다. 정통 포인트가드로 분류됐지만 리딩, 패스, 슛 어느 하나 눈에 띄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확 달라졌다. 일단 돋보이는 건 출전시간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경기당 15분을 넘지 못했지만 올 시즌 선수층이 두터운 LG에서 28분27초를 책임지고 있다.
성적 역시 훌륭하다. 평균 9.9득점, 5.9어시스트(2위), 2.3리바운드로 펄펄 날고 있다. 현재 평균 어시스트 1위는 허훈이지만 그는 출전 경기가 17경기에 불과하다. 반면 양준석은 30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공헌도에서 단연 양준석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재도의 트레이드로 주전 1번 자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지만 양준석이 완벽하게 빈자리를 채워줬다. 소속팀 LG 또한 3위로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제2의 용병' 아시아쿼터 선수들 활약 심상찮아
이에 대해 서울 삼성 김효범 감독은 "1순위로 지명됐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능은 확실한 선수들이다. 다만 자신감, 팀내 사정 등 여러 가지 요건이 맞지 않아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으나 올 시즌에는 알을 깨고 한 단계 도약한 느낌이다. 이원석의 성장에는 자신감이 큰 영향을 미쳤으며, 양준석 또한 농구밖에 모르는 연습벌레인지라 머지않아 잘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단 어느 정도 선에 도달한 만큼 앞으로 지속적인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여기에 더해 올 시즌 변수 중 하나로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활약을 꼽았다. 이는 개인 성적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DB의 이선 알바노는 이미 국내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입지를 굳혔다. 올 시즌에도 득점 8위, 어시스트 3위, 스틸 2위로 아시아쿼터 돌풍의 중심에 서있다.
그 외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샘조세프 벨란겔(득점 15위, 어시스트 8위, 스틸 7위), LG의 칼 타마요(득점 12위, 리바운드 16위), 삼성의 저스틴 구탕(어시스트 25위, 리바운드 29위) 등이 소속팀의 주전급으로 활약 중이다. 하나같이 젊은 선수들인지라 리그 경험이 쌓여갈수록 위력은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외국인 선수 선발 못지않게 아시아쿼터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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