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레전드’ 김기동의 아들로 산다는 것... 김준호 “아버지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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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9 14:05:56 (6시간 전)
김준호(22·김천상무)는 축구인 2세다. 김준호의 아버지는 FC 서울 김기동 감독이다.
김기동 감독은 K리그 전설 중의 전설이다. 김기동 감독은 1993년 프로에 데뷔해 2011년까지 뛰었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 시절 K리그 501경기에 출전해 39골 40도움을 기록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김기동 감독보다 출전 경기 수가 많은 필드 플레이어는 이동국(548경기)뿐이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 은퇴 후 지도자로도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김준호는 한국 최고의 육성 시스템을 자랑하는 포항 스틸러스 유소년 팀에서 성장했다. 2021시즌엔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2023시즌엔 K리그1 25경기에 출전하며 경쟁력을 증명했다.
김준호는 2024시즌 막판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서울전에 출전하면서 첫 부자(父子) 맞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MK스포츠가 2025시즌 준비에 막 돌입했던 김준호와 나눴던 이야기다.
김천상무 미드필더 김준호. 김준호는 축구인 2세다. 사진=이근승 기자Q. 2024시즌 마치고 휴가는 다녀왔습니까.
다녀왔어요. 포항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죠. 이후엔 서울로 올라가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재충전의 시간이었죠.
Q. 아버지 김기동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아버지와 축구 얘기는 잘 안 해요(웃음). 아버지께서 “부대 생활 어떠냐”고 해서 “괜찮다”고 말씀드렸죠. 축구 빼고 많이 얘기한 것 같아요.
Q. 2024년 11월 23일 서울과의 경기였잖아요. 김기동 감독, 김준호 부자의 첫 맞대결이 펼쳐졌습니다. 김기동 감독은 “(김)준호의 후반 막판 슈팅에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처음 아버지의 팀을 상대했잖아요. 어떤 기억으로 남았습니까.
제가 1-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 투입됐습니다. 공격적으로 임해야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 앞에서 경기하는 거다 보니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평소보다 잘 안된 것 같았어요. 마지막 슈팅은 특히 더 아쉬웠습니다. 옆에 동료들이 있었어요. 패스했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죠.
그땐 그걸 못 봤어요. 머릿속엔 ‘골을 넣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동점골에 대한 의지가 아주 강했죠. 제 슈팅 이후 역습을 허용해 추가골을 헌납했습니다. 기분이 안 좋았어요. 패배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꼈죠.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잖아요. ‘아버지 팀이랑 해서 그렇게 한 거 아니냐’라고 보는 시선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Q. 그걸 그렇게 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너무 큰 책임감을 느끼는 것 아닙니까.
그 경기 후엔 정말 속상했어요. 제 자신에게 실망스러웠죠.
Q. 김기동 감독이 “준호가 너무 자책하는 것 같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다”고 하던데요.
그날 경기 끝나고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냈거든요. 아버지께 “내 슈팅 때문에 우리가 진 것 같다. 기세가 우리 쪽으로 넘어왔는데 내 슈팅이 실점으로 이어져서 많이 아쉽다”고 했죠. 아버지께서 그 얘길 듣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큰 위로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다음 서울전에 나서면 골 넣고 이겨야죠.
우리가 이겨야죠(웃음). 그날 교체로 들어갈 때부터 아버지를 신경 쓰진 않았어요. 그냥 아버지 앞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그런데 힘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들어가서 잘 안됐습니다. 2025시즌 서울전에서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온 힘을 다해 뛰겠습니다. 그날의 아쉬움을 꼭 털어낼래요.
Q. 지난해 4월 입대했잖아요. 군 생활은 어때요.
처음엔 군 생활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확실히 힘들었죠. 제가 유소년 시절부터 포항에만 있었잖아요. 새로운 팀에서 뛰는 게 처음입니다. 새로운 팀, 환경에 적응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냥 열심히 했죠(웃음). 그러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는 것 같더라고요.
Q. 2024시즌 막바지에 출전 기회를 잡았습니다. 11월에만 3경기에 나섰잖아요. 2024시즌 돌아보면 어떻습니까.
포항에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시즌 중 육군훈련소에 들어갔죠. 훈련을 마친 뒤 김천에 합류했습니다. 여기서 몸을 끌어올리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여름이 시작될 때 들어와서 그런지 더 힘들었죠.
Q. 동기 중엔 일찌감치 출전 기회를 받은 선수들이 있었잖아요. 경기 출전에 대한 간절함이 컸을 듯합니다.
솔직히 매 경기 뛰고 싶었죠. 몸을 빨리 만들어서 많이 뛰고 싶었어요. 하지만, 실망하진 않았습니다. 2024시즌 중 한 번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봤어요. 몸 만드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정정용 감독께서 시즌 말미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죠. 시즌 막판 3경기를 뛰었다는 게 아주 좋았습니다.
Q. 2002년생입니다. 요즘 추세이긴 하나 프로축구 선수로는 어린 나이에 입대했습니다.
사실 더 빨리 입대하고 싶었어요. 2022년부터 김천에 지원서를 냈습니다. 2023시즌,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 기회가 오지 않았나 싶어요. 몸 잘 만들어서 2025시즌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습니다. 김천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어요.
Q. 보통 일찍 군 복무를 마치면 유럽에 도전하지 않습니까.
유럽에서 좋은 기회가 온다면, 마다할 선수가 있을까요(웃음). 지금은 전역 후 포항에서 오래 뛰고 싶은 마음이 커요.
Q. 어릴 때 아버지가 포항에서 뛰는 건 봤습니까.
어릴 때 봤었죠. 제가 태어난 건 인천인데 사실상 포항 토박이예요. 초·중·고 다 포항에서 나왔습니다. 포항에서 프로 생활도 시작했죠. 포항에서 오랫동안 살며 느낀 건 ‘진짜 정이 많은 도시’란 겁니다. 포항은 제게 집이에요. 도시, 구단 등 모든 게 가족처럼 엄청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냥 포항이 좋아요. 제 능력이 된다면 포항에서 오래 뛰고 싶습니다.
Q. 포항에 유명한 축구인 2세가 또 있잖아요. 이기형 감독의 아들 이호재. 이호재와 친하지 않습니까.
(이)호재 형이랑 정말 친하죠. 입단 동기예요. 둘 다 아버지가 선수 출신이다 보니 통하는 게 많죠. 제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형 같은 존재예요. 포항에서 힘들 때마다 큰 도움을 줬던 형이고요.
Q. 아버지가 K리그 역대 최고의 미드필더였잖아요. 지금은 K리그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고요. 아버지가 축구계에서 워낙 유명하다 보니 남모를 고충도 많았을 것 같아요.
처음 프로에 입단했을 때부터 그랬죠. 당시 아버지가 포항 감독이셨거든요. 눈치가 많이 보였습니다. 행동 하나하나 조심했어요. 절대 튀지 않으려고 했고요. 팀 훈련을 하면 시키는 건 다 했습니다. 작은 것 하나 안 빼먹었어요. 저는 남들보다 무조건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선수였습니다.
제가 2023시즌에 많이 뛰었잖아요. 이때도 이상하게 눈치가 많이 보였습니다. 혹여라도 실수하진 않을까 더 조심했어요. 그런 환경이나 마음가짐이 저를 더 발전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Q. 2024시즌부터 아버지와 맞대결을 펼칠 수 있다는 게 한편으론 좋기도 했겠네요.
마음이 편했습니다(웃음). 또 하나의 흥행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더 재밌는 경기로 보답해 드려야죠. 물론 우리가 이길 거고요.
Q. 김준호가 꼽는 김준호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중원에서 전진 패스를 많이 시도하는 편이에요.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고 공격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선수죠. 축구계에선 ‘제가 수비력이 약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공격 능력과 비교하면 조금 부족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수비력이 약하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는 상대와 부딪히는 걸 절대 피하지 않아요. 일대일 상황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죠. 그런 집념도 하나의 장점이지 않을까요.
Q. 김천엔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가 있잖아요. 주전 경쟁은 어때요?
확실히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만큼 더 땀 흘리면서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훈련장에서부터 치열하게 경쟁하며 함께 성장한다랄까. 다들 축구에만 몰입하니까 팀 전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Q. 2025시즌 기대가 클 듯합니다.
제가 U-22 자원에 속할 수 있는 시즌이 지난해까지였어요. 제가 여기저기서 ‘아버지 때문에 뛰었다’는 얘길 많이 들었거든요. 2025시즌이 어느 때보다 힘겨울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제 능력을 보여줄 거예요. 더 땀 흘려서 출전 기회를 잡아낼 겁니다.
Q. 김준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축구인 2세들만의 고충이 더 느껴집니다.
어릴 땐 아무 생각 없었어요. 그런데 프로에 와서 보니까 조금 힘들 때도 있더라고요. 저는 어떤 일이 있든 삭이는 편입니다. 마음에 담아두는 편이죠. 축구로 풀려고 해요. 계속 성장해서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봅니다.
Q. 너무 힘들 땐 아버지나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곤 합니까.
진짜 너무 힘들 때만요. 제가 속마음을 잘 얘기하는 편은 아니라서요. 말이 많은 편도 아니고요. 마음속에 담아두면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말하려고 해봤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이게 더 어려워요(웃음).
Q. 프로축구 선수로 이제 시작이나 다름없는 나이예요. 김준호의 꿈은 무엇입니까.
프로축구 선수로 오래 뛰고 싶어요. 축구를 잘하는 선수란 평가도 좋지만, ‘꾸준한 선수’란 칭호를 더 듣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뛰는 걸 봤잖아요. 아버지처럼 되고 싶어요. 우선은 아버지의 이름값에 누가 되지 않도록 성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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