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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경기 1승7패, '절대자' 빠진 KB의 무기력함
2025-01-15 12:08:52 (3일 전)

2024-2025 여자프로농구 후반기가 막을 연 지 2주가 지난 가운데 여자프로농구의 '3강 구도'가 점점 굳어지고 있다. 실제로 선두 BNK 썸부터 3위 삼성생명 블루밍스까지 60%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단 2경기 차이로 촘촘하게 붙어있다. 한편 4위 신한은행 에스버드부터 최하위 하나은행까지는 20~30%의 낮은 승률에 허덕이며 1.5경기 차이로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다.

비 시즌 동안 FA 김소니아와 박혜진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한 BNK와 주력 선수들의 이탈 속에도 명가의 저력을 보이는 우리은행 우리WON, 리빌딩의 결실을 맺고 있는 삼성생명은 기복 없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비 시즌 동안 신이슬과 신지현, 최이샘을 영입하며 전력을 크게 보강한 신한은행과 국가대표 센터 진안을 데려온 하나은행은 농구 팬들의 예상을 벗어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최하위 BNK는 이번 시즌 선두로 치고 올라오며 농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반면에 지난 시즌 27승3패 승률 .900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KB스타즈는 14일 현재 6승13패 승률 .316로 5위에 머무르며 또 다른 반전을 만들었다. KB는 박지수(갈라타사라이SK)의 유럽 진출 이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 시즌 동안 착실히 전력을 보강했지만 현재까지는 비 시즌의 노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

박지수 입단 후 완전히 달라진 KB의 운명

KB의 운명은 '국보 센터' 박지수의 입단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실제로 박지수 입단 전까지 챔프전 준우승만 5차례 기록했을 뿐 한 번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KB는 박지수 입단 후 최상위권 팀으로 도약하면서 두 번의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실제로 KB는 박지수가 리그 적응을 마친 2017-2018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218경기에서 158승60패 승률 .725라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했다.

박지수는 2018년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해 두 시즌 동안 활약했지만 여름리그인 WNBA 시즌이 끝난 후에는 KB로 복귀해 WKBL에서 활약하며 '두 집 살림'을 했다. 박지수가 활약하던 시절 KB에 대항할 수 있는 팀은 오직 '위대인'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밖에 없었다. 특히 2019-2020 시즌을 끝으로 외국인 선수 제도가 폐지되면서 박지수는 그야말로 적수가 없는 'WKBL의 지배자'가 됐다.

그렇게 박지수를 앞세워 우리은행과 WKBL의 '양강'으로 군림하던 KB도 박지수의 갑작스런 공백을 경험한 적이 있다. 바로 박지수가 2022년 여름 공황장애 증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되고 개막 후에도 한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2022-2023 시즌이었다. 박지수 없이 하위권에 허덕이던 KB는 시즌 중반 박지수 합류 후 대반격을 노렸지만 박지수는 9경기 만에 손가락을 다치면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시즌을 시작한 KB는 사실상 박지수 없이 치렀던 2022-2023 시즌 10승20패 승률 .333에 그치며 5위로 추락했다. KB에는 국가대표 슈터 강이슬과 포인트가드 유망주 허예은, 베테랑 살림꾼 염윤아 등 좋은 선수들이 많았지만 박지수가 없는 상태에서 위력은 반감될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2022-2023 시즌은 박지수에 대한 KB의 높은 의존도를 확인했던 시즌이 됐다.

약 1년의 방황을 끝내고 지난 시즌 건강하게 코트에 복귀한 박지수는 KB를 구단 역대 최고 승률로 이끌었다. 비록 챔프전에서는 우리은행에게 패했지만 박지수는 정규리그 MVP를 비롯해 베스트5, 수비상, 윤덕주상, 득점, 리바운드, 블록슛, 2점 야투까지 개인상 8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WKBL에서 활약한 8시즌 동안 4번의 정규리그 MVP를 휩쓴 박지수는 시즌 후 해외 진출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박지수 해외 진출 후 여지없이 성적 하락

2022-2023 시즌 공황장애로 인한 박지수의 공백이 예상할 수 없었던 갑작스런 변수였다면 작년 박지수의 해외 진출은 미리 예고돼 있던 공백이었다. 실제로 KB는 박지수가 해외 진출 의사를 밝혔을 때부터 '박지수 없는 2024-2025 시즌'을 대비하며 비 시즌 행보를 이어갔다. 박지수의 해외 진출 의지를 꺾을 수 없다면 박지수 없이도 승리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KB에게 주어진 숙제였다.

박지수의 이탈로 더 이상 높이로 상대를 압도할 수 없게 된 KB는 FA시장에서 박지수의 분당경영고 동기 나윤정을 영입했다. 2017년 우리은행 입단 후 쟁쟁한 선배들에 가려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던 나윤정은 지난 시즌 36.8%의 3점슛 성공률과 함께 7.2득점을 기록하면서 전문 슈터로 활약했다. KB에는 허예은이라는 좋은 포인트가드가 있는 만큼 나윤정이 강이슬과 함께 '외곽 쌍포'로 좋은 활약이 기대됐다.

작년 처음 시행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던 단신 가드 대신 174cm의 포워드 나가타 모에를 지명한 것도 박지수의 공백에 대비한 것이었다. 하지만 박지수가 없는 2024-2025 시즌을 준비한 KB는 이번 시즌 성적 하락을 막지 못했다. KB는 이번 시즌 19경기에서 6승13패에 그치며 .316의 승률로 5위에 머물러 있다. 공교롭게도 박지수가 뛰지 못했던 2022-2023 시즌과 같은 순위다.

박지수가 떠난 후 다시 에이스 자리를 물려 받은 강이슬이 13.32득점7.42리바운드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장기인 3점슛 성공률은 고작 27.1%(10위)에 그치고 있다. 6개 구단 전체 선수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36분58초)을 기록하고 있는 허예은은 안혜지(BNK,5.63개)를 제치고 어시스트 1위(6.42개)에 올라있다. 하지만 허예은의 많은 어시스트가 KB의 승리로 연결되진 못하고 있다.

KB는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얻을 수 있는 4위 신한은행과 1경기 차이 밖에 나지 않지만 최하위 하나은행에게도 반 경기 차이로 추격을 당하고 있다. 최근 8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치고 있는 KB의 하락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5개 구단 체제였던 2000년 겨울리그 이후 무려 25년 만에 최하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박지수 없이 크게 고전하고 있는 KB는 남은 시즌 동안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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