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꼰틀러’ 지미 버틀러가 어쩌다가…
2025-01-07 00:41:12 (18일 전)
마이애미 히트에서 활약중인 지미 버틀러(35‧201cm)는 자신만의 캐릭터가 확실하다. 다소 잦은 부상으로 인해 정규시즌에서의 수상경력이나 누적기록은 이름값 대비 좋지못하다. 반면 플레이오프에서는 다르다. 큰경기, 클러치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강심장 빅플레이어로 불린다.
온몸을 불태우는 듯한 수비로 상대 에이스를 막고 중요한 순간마다 빅샷을 꽂아넣는다. 기록만 놓고보면 아주 엄청나다는 느낌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결정적인 상황마다 슛이든 패스든 수비든 무엇인가로 흐름을 지배하는지라 상대팀 입장에서는 공포의 대상이다. 반대로 동료들에게는 이만큼 든든한 리더도 없다.
그날 버틀러의 슛감이 안좋더라도 '버틀러가 있기에 우리는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승부를 가르는 단 한번의 찬스가 와도 버틀러가 있기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버틀러는 마이애미에서 그런 존재였다. 거기에 더해 버틀러는 ‘올드스쿨’, ‘멋진 꼰대’등으로 불렸다.
올드스쿨 이미지로 많은 존경을 받았던 빅게임 플레이어
꼰대? 올드스쿨? 얼핏 듣기에는 별반 좋은 말은 아닐 듯 싶다. 예전 사고 방식에 사로잡혀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인물로 오해받기 딱 좋다. 하지만 버틀러에게는 좋은 의미로 쓰였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최근 NBA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마이클 조던이 한창 활약하던 시대만 해도 리더를 중심으로 서로 희생할 것은 희생하면서 선수단이 함께 성장하는 기조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자유분방, 마이웨이의 트랜드가 많다.
조그만 것도 손해보려고 하지 않으며 자존심은 세지만 책임감은 떨어지는 선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한 기조 속에서 예전에는 드물었던 슈퍼팀도 우후죽숙으로 자주 생겨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듯 ‘나’하나 챙기기도 바쁜 세상에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동료를 챙기고 ‘우리’를 강조하는 구닥다리(?) 클래식 마인드를 가지고가는 스타가 있었으니 바로 버틀러였다.
버틀러의 꼰대력은 유명하다. 그냥 본인만 챙기면 세상 편할진데 자꾸 주변을 신경쓴다. 특히 재능은 있지만 노력을 덜한다던가 하는 동료들이 보이면 견디질 못한다. 충고가 지나쳐 잔소리가 될 정도로 오지랖을 떤다. 어떻게보면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도 있지만 버틀러는 진심으로 상대가 잘되기를 바란다. 이같은 성향은 신인 시절부터 꾸준히 이어졌는데 베테랑이 된 지금까지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물론 잔소리에 그치지만은 않는다. 직접 보여준다. 그는 노력이 곧 생존인 NBA에서도 소문난 훈련광으로 유명하다. 신인시절 성장 가능성적인 측면에서 별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음에도 현재 리그에서 제일가는 승부사가 된 배경에는 남보다 훨씬 간절하게 지독한 노력을 멈추지않은 이유가 크다.
그저 막연하게 ‘무조건 열심히 해’가 아닌 ‘내가 이 정도로 해보니까 되던데, 우리 같이 해보자’며 동행을 권유한다. 이런 버틀러식 마인드는 지난 몇시즌간의 플레이오프에서 마이애미가 전력에 비해 선전했던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이런 부분을 이유로 국내에도 버틀러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꼰틀러’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다.
버틀러에게 실망했다 vs 버틀러도 사람이다 오죽했으면…
그런 버틀러이지만 올시즌을 기점으로는 이미지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태업 의혹’까지 나오며 팀 분위기를 망치는 주범으로 비난 받고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버틀러가? 에이 설마…’ 그간의 버틀러를 떠올려보면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사실이다.
미국 CBS스포츠는 6일(한국시각) '마이애미는 팀에 해로운 행동을 한 지미 버틀러에게 7경기 출전 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렸으며 트레이드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계획이다'고 보도했다.
최근 버틀러의 경기력은 좋고 나쁨을 떠나 의욕이 완전히 떨어져있다. 특히 지난 뉴올리언스전과 인디애나전에서는 그러한 플레이의 정점을 찍었다. 각각 5개, 6개의 슛만을 시도하는 태업성 플레이를 펼쳤다. 충분히 슈팅기회가 있었지만 일부로 쏘지않는 모습을 여러번 노출했다. 소속팀 마이애미에 대한 불만을 경기장에서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불과 지지난 시즌까지만해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던 버틀러와 마이애미는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놓고보면 팻 라일리 사장과의 갈등이 도화선이 되었을 공산이 커보인다.
지난 시즌 마이애미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보스턴 셀틱스에게 1승 4패로 완패를 당했다. 여기에는 부상 여파로 뛰지 못한 버틀러의 책임도 컸다. 어찌보면 미안해하며 침묵해야될 상황이었지만 라이벌팀의 승승장구에 승부욕이 치솟았던 탓일까? 시리즈가 끝난 뒤 버틀러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있었다면 보스턴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을 것이다"고 발언했다.
지난 시즌 보스턴의 경기력을 봤을 때 ‘글쎄…’라는 의견이 많지만 완전히 틀린 얘기까지는 아니다. 그간 마이애미는 중요한 순간마다 보스턴에게 뼈아픈 업셋을 종종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클러치 플레이어 버틀러가 있었다. 승패를 떠나 버틀러가 정상적으로 뛰었다면 좀 더 치열한 승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가장 분노한 것은 상대팀 보스턴이 아니라 라일리 사장이었다. 라일리 사장은 “입다물어라. 경기나 뛰고 말해라”며 소속팀 간판스타를 극딜했다. 아무리 팀에서 오랫동안 헌신한 선수라도 나이가 들고 경기력이 떨어지면 가차없이 내치는 것으로 유명한 라일리 사장 입장에서 버틀러의 그런 모습이 분노를 유발한듯 하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 농구인으로서 적절치않은 발언임은 분명했다. 아무리 소속팀 선수가 마음에 안들어도 대놓고 그런식으로 받아치는 경우는 드물다. 버틀러 역시 그 사건이후 소속팀에서 마음이 떠난 듯 하다. 예전같은 의욕을 보이지않고 있는 것을 비롯 대놓고 트레이드도 요구한 상태다.
사실 버틀러 입장에서도 딱 여기까지만 해야했다. 그랬다면 팬심이 이 정도로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태업논란 이후 그를 옹호하던 팬들조차 실망이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프로에게 태업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드스쿨 이미지로 캐릭터를 만들어온 버틀러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현재 각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실망이다’와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등으로 갈리고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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