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타자가 오타니였다면… 이런 상상도 현실이 될까
2024-12-04 05:43:53 (1달 전)
MLB(미 프로야구) LA다저스가 9회 말 2사 만루 끝내기 기회를 잡았다. 안타 한 방이면 끝내기 역전 승리가 가능한 상황. 그런데 하필 타율이 낮은 8번 타자가 나설 차례. 이때 ‘황금 타석’ 카드를 써 간판스타이자 강타자인 1번 타자 오타니 쇼헤이를 대신 세울 수 있다면 어떨까. 뉴욕 양키스도 비슷한 기회를 맞았다고 치자. 이때 타순에 상관없이 홈런왕 애런 저지를 끌어다 쓸 수 있다면. 다저스와 양키스를 응원하는 팬들에겐 꿈같은 장면일 것이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난 야구 기본 틀과 규칙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가까운 장래에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총재)는 “최근 구단주 미팅에서 아이디어가 하나 거론됐다”고 밝혔다. 바로 ‘황금 타석(Golden At-Bat)’ 규정이다. 경기 중 딱 한 번 타순과 관계없이 원하는 타자를 기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 경기 전체 긴장감과 재미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MLB와 별도로 운영하는 미국 독립 리그 야구 경기에선 시범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맨프레드는 앞서 수비 시프트 제한 규정을 도입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공개적으로 ‘황금 타석’ 도입 화두를 던졌다. 구단주 모임 등에서 밀실 논의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야구 팬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려 논의의 장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맨프레드 발언이 나오자 디애슬래틱스 등 미국 스포츠 매체들은 벌써부터 구체적 실행 방법 등을 제시했다. 각 팀이 한 경기에 한 번만 ‘황금 타석’을 쓸 수 있다면, 어느 시점이 적당할까. 경기 중반 분위기를 바꿔야 할 때, 아니면 결정적인 마지막 기회가 올 때까지 아껴둬야 할까. 7회 혹은 그 이후에 뒤지고 있는 팀만 ‘황금 타석’을 쓰게 할 수도 있다. 이 ‘황금 타석’ 제도가 실제 실행된다면 안타를 치고 나간 타자가 곧바로 다음 타석에 서는 일도 벌어질 수 있어 보완 장치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승부치기’에 대해서도 한동안 “야구의 본질을 흐린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메이저리그에서도 정규리그에 도입했다. ‘끝장 승부’를 고수했다가 연장전이 길어지고, 경기가 늘어지면 팬들 외면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 젊은 세대를 새로운 팬층으로 끌어들여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선 야구 규정도 이들 기호를 충족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메이저리그의 큰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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