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브콜에도 KIA 잔류… 불운에 날아간 '최고' 타이틀, 올해는 건강하게 차지할까
2025-01-01 23:45:26 (6일 전)
▲ 2024년 KIA의 외국인 에이스로 맹활약했던 제임스 네일은 총액 180만 달러에 다시 KIA 유니폼을 입고 팬들과 재회한다.
▲ 네일은 2024년 시즌 막판 불의의 부상 탓에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아쉽게 놓친 최고 타이틀에 올해 다시 도전한다.
2024년 KIA에는 여러 가지 악재가 있었고 또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8월 2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경기는 가장 끔찍하고 뜨끔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날 KIA 선발 투수이자 팀의 외국인 에이스였던 제임스 네일(32·KIA)이 6회 투구 중 타구에 턱을 정통으로 맞아 쓰러진 것이다.
네일은 출혈까지 보였고, 서둘러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해 검진을 한 결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 하에 구급차를 타고 서울로 이동해 다음 날 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일단 생명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렇게 네일이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자, 정신이 없었던 KIA는 팀 외국인 에이스가 포스트시즌에 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상가상이었다.
다만 네일은 불굴의 의지로 우려를 지웠다. 당시까지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었던 KIA는 당초 네일이 포스트시즌 일정에 아예 못 나올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했다. 다만 수술 후 경과를 봤을 때 '한국시리즈에 간다면 네일이 불펜에서는 나올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분석이 나왔다. 그리고 네일은 이보다 더 빨리 복귀하면서 결국 한국시리즈에 선발로 나갔다. 턱에 감각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음식 섭취도 쉽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지 중의 투지였다.
그런 네일은 KIA에 남아 2025년에도 팀 선발 로테이션을 이끈다. 당초 KBO리그 정상급 투구를 선보였기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네일 측도 이 관심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년 앞서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처럼 확실한 선발 보장 오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KIA도 총액 180만 달러라는 섭섭하지 않은 금액을 제안하면서 네일의 잔류가 확정됐다.
근래 들어 외국인 투수진에서 문제가 계속됐던 KIA로서는 천만다행인 일이다. 네일은 지난해 시즌 26경기에서 149⅓이닝을 던지며 12승5패 평균자책점 2.53, 1.27의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륵 기록했다. 6월 7일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을 정도였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트렌드인 투심과 스위퍼의 조합이 돋보였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속도로 우타자 몸쪽을 찌르는 투심, 그리고 그 반대편으로 날카롭게 휘어 떨어지는 스위퍼의 조합은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무적이었다.
다만 불운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최고' 공인표를 받는 데는 실패했다. 당시 페이스를 유지했다면 카일 하트(NC)와 더불어 최고 투수를 놓고 경쟁할 수 있었지만, 9월과 10월 일정 전체를 날리면서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2.53의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규정이닝을 갓 넘은(149⅓이닝) 수치라는 점에서 약간의 의구심은 남겼고, 하트가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망치면서 1위로 올라선 부분도 있었다. 경쟁에서 얻었을 수 있는 타이틀이기는 했었는데 약간은 어부지리의 찜찜한 느낌을 남긴 셈이다.
하지만 건강을 되찾은 네일은 올해 다시 최고 타이틀에 도전할 만한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네일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 전형적인 선발로 뛰던 선수는 아니었다. 경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KBO리그에 와서 선발로 '변신'하는 과정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5회 이후 투구에서 아쉬움을 남긴 시기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던 와중 부상을 당했다.
▲ 네일이 2024년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국시리즈 2연패를 향햔 KIA의 발걸음도 가벼워질 수 있다.
올해는 선발로 충분히 빌드업을 할 수 있다. 더 수월하게 시즌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시즌 초반의 이닝 관리도 지난해보다 한결 수월할 가능성이 크다. KBO리그에 거의 완전히 적응했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부상 때문에 아찔한 순간이 있기도 했지만, 팀이 통합우승을 차지했음을 생각하면 오히려 적절하게 이닝 관리가 됐다고 위안을 삼아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이닝이 몸에 무리가 올 수준은 아니다.
KIA가 한국시리즈 2연패 도전을 천명하고 나선 상황에서 네일의 활약은 대단히 중요하다. 적어도 지난해 수준의 경기력과 성적을 보여주면서 풀타임을 향해 달려가야 KIA도 마이너스 없이 2025년 성적을 꾸릴 수 있다. 네일이 부진하면 믿었던 상수에서 계산을 다시 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새 외국인 선수 아담 올러가 기대를 모으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하고, 이의리의 복귀는 아직이며 양현종은 한 살을 더 먹었다. 적어도 시즌 초반에는 네일의 몫이 굉장히 중요한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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