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팔 절단 후 6개월 “이젠 왼손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겠다”
2024-11-17 13:16:38 (3달 전)
![](/files/content/2024/11/thumb/1731816995_288a93437d2f5f61160e.jpg)
어느 야구 훈련장이다. 넓지 않은 실내가 꽤 어지럽다. 이런저런 기구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그물은 왜 그리 많은지. 사방에 잔뜩 쳐졌다.
그곳에 한 남성이 등장한다. 눈에 띄는 훤한 헤어 스타일이다. 한 눈에도 젊은 나이는 아니다.
수북하게 볼이 담긴 카트 앞에 선다. 거기서 하나를 집어 든다. 아마 왼손이 편한 것 같다. 좌투수 폼으로 벽(그물)을 향해 힘껏 뿌린다.
하지만 형편없다. 던지는 폼도 그렇고, 날아가는 공의 궤적도 영 초보의 솜씨다. 본인도 깨닫는 것 같다. 연신 어색하고, 민망한 웃음이다.
며칠 전이다. 그러니까 14일 저녁 무렵이다. 일본 오사카 인근의 한 실내 훈련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년 남성의 이름은 사노 시게키(56)다. 꽤 알려진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다.
그런 사람이 왜? 늦은 시간에 훈련장에 나타났을까? 예전 실력은 어디 가고, 형편없는 솜씨로 공을 만지작거릴까? 물음표가 여럿 필요하다.
사실 그는 우완 투수다. 한때 일본 최고의 셋업맨으로 불렸다. 불펜 투수로는 처음 연봉 1억 엔(약 9억 원)을 돌파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날은 어색한 왼손을 썼다. 이유가 안타깝다.
얼마 전만 해도 그는 병원 신세를 졌다. 중증의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에 시달린 탓이다. 특히 그를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괴저(壞疽, Gangrene)다. 손가락과 발가락, 혹은 팔과 다리가 상하는 증상이다.
심한 경우는 절단 수술이 불가피하다. 이미 작년 12월에 오른쪽 발가락 하나를 잃었다. 오른쪽 손가락 2개도 잘라내야 했다. 급기야 올해 5월 초에는 오른팔 대부분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니까 이날은 그가 처음 왼손으로 공을 던진 날인 셈이다.
전성기는 20대 중후반이다. 긴데쓰 버팔로즈(후에 오릭스와 합병된) 출신이다. 노모 히데오와 입단 동기이자 절친으로도 알려졌다. 1995년에는 구원으로만 10승을 거두기도 했다. 강렬한 공으로, 화끈한 정면 승부가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유명한 대식가였다.
“야간 경기가 끝나면 초밥(스시)집에서 간단하게(?) 늦은 저녁을 먹어요. 나오면서 주먹밥 5개와 라면 한 그릇을 깔끔하게 비우죠. 다음에 나이트클럽에서 잠시 소화시키죠. 그리고 새벽 5시쯤 고깃집을 다녀와서야 잠자리에 들었어요.”
그런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나마 현역 때는 운동량이 있으니 버텼다. 하지만 은퇴 후에 탈이 났다.
“난로 앞에서 잠깐 졸았어요. 그러다가 발에 저온화상을 입었죠. 감각이 없어 통증을 느끼지 못한 거죠. 진단을 받아보니 혈당이 350을 넘더라고요.”
이후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했다. 그러나 차도는 없었다. 결국 인슐린 주사를 맞기 시작했고, 신장 투석도 받아야 했다. 심부전에 동맥경화 증상도 겪었다. “그 무렵 혈관에 풍선을 4개나 넣었어요”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손가락에 생긴 딱지가 도무지 없어지지 않는다. 손등까지 점점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며칠 사이에 팔뚝까지 번졌다. 결국 오른팔을 절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수술 날짜가 5월 1일이었어요. 하루 전(4월 30일)이 내 생일이죠. 거울 앞에서 한참 생각했어요. ‘이런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나? 그냥 포기할까?’ 그런 마음이 들었죠.”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내 안에 들어온 것이 징그럽도록 싫었어요. 거울 속의 내게 이렇게 얘기했죠.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어도 좋다. 긍정적으로 가자.’”
역시 당대 최고의 셋업맨이다.
“(만약 포기했다면) 위기 상황에서 스트라이크가 들어가지 않는 구원 투수나 다를 게 없죠. ‘끙끙 앓아도, 위험하다고 해도, 그냥 한복판에 던져 버려.’ 그런 각오가 생겼어요. 야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수술 전날이다. 이런 글을 SNS에 올렸다.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살기 위해 극복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함께 싸워준 오른팔, 감동을 함께 한 오른팔, 미안하게 됐다. 내일이면 헤어지게 되는구나.”
그는 은퇴 후에도 인기가 많았다. 독특한 시구로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와인드업 하는 두 손에 모자가 벗겨진다. 그럼 환한 머리가 훤히 드러난다. 팬들은 ‘빗나리 투구법’이라고 부르며 즐거워했다.
12월에 열릴 어린이 야구 전국대회에 시구자로 초청됐다. 그래서 다시 왼손 투구 훈련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롤모델은 커쇼(다저스)예요. 왼손 사용법과 밸런스 잡는 법을 참고하고 있죠. 이제 10미터 거리에서 시작했죠. 그러나 그날은 마운드(18.44m)에 올라가서 한복판에 스트라이크를 꽂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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