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투자' 신한은행, 일단 '구슬은 서 말'
2024-10-21 12:39:14 (26일 전)
프로스포츠 리그를 주관하는 연맹에서는 시즌이 끝나면 하위권 팀들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전력을 보강하고 상위권 팀들의 핵심 선수들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를 바란다. 이로 인해 각 구단의 전력이 평준화 되면 리그의 재미가 올라가고 리그의 재미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관중이 늘어나고 팬들의 관심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자프로농구는 6개 구단이 아주 바람직한 비 시즌을 보냈다.
우선 우리은행 우리WON을 챔프전 2연패로 이끈 젊은 에이스 박지현(토코마나와 퀸즈)과 'WKBL의 지배자' 박지수(갈라타사라이 SK)가 나란히 해외리그로 진출하면서 '양강'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전력이 약해졌다. 반면에 지난 시즌 봄 농구 진출에 실패했던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BNK 썸은 비 시즌 동안 발 빠른 움직임을 통해 대형 FA선수를 영입하고 트레이드를 성사 시키면서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2020년대 들어 처음으로 하위권으로 떨어진 신한은행은 FA시장에서 다재다능한 포워드 최이샘과 젊은 포인트가드 신이슬을 영입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국가대표 가드 신지현까지 데려왔다. 에이스 김소니아(BNK)가 떠나면서 팀의 구심점을 잃었다는 아쉬움 속에 지난 박신자컵에서 1승3패에 머물렀지만 신한은행은 한층 두꺼워진 선수층을 앞세워 이번 시즌 봄 농구 복귀를 노리고 있다.
'레알 신한'으로 불리던 황금 멤버가 해체된 후 신한은행의 외로운 에이스로 팀을 이끌었던 김단비(우리은행)는 지난 2022년 5월 15년 동안 활약했던 신한은행을 떠나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농구팬들은 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김단비가 없는 신한은행이 최하위로 추락할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김단비가 없는 2022-2023 시즌에도 16승14패(승률 .533)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김단비 없는 신한은행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FA로 팀을 떠난 김단비와 한엄지(우리은행)의 보상선수 김소니아와 김진영의 맹활약 덕분이었다. 이적하자마자 신한은행의 새로운 에이스가 된 김소니아는 18.87득점9.43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초로 '보상선수 득점왕'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12득점6.07리바운드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김진영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다.
두 이적생의 활약에 힘입어 세 시즌 연속 봄 농구에 진출한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자격을 얻은 김진영을 잔류 시킨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FA시장이 끝난 후 우리은행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유승희를 보내고 김지영을 영입한 것이 유일한 변화였다. 1987년생 노장 이경은이 한 살을 더 먹고 에이스 김소니아도 30대에 접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행보였다.
신한은행의 조용한 비 시즌 행보는 시즌 개막 후 아쉬운 성적으로 나타났다. 1라운드 5전 전패로 시즌을시작한 신한은행은 3승2패를 기록한 4라운드를 제외하면 전 라운드에서 승보다 패가 많았고 결국 8승22패 승률 .267로 시즌을 마쳤다. 16승을 따냈던 2022-2023 시즌에 비해 승리는 절반으로 줄었고 패는 8개가 늘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낸 BNK가 아니었다면 꼴찌가 됐어도 이상하지 않을 성적이었다.
김소니아는 여전히 16.50득점9.07리바운드 3점슛성공률 34.6%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기에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상으로 고전했던 슈터 구슬도 36.2%의 3점슛 성공률로 8.5득점을 올리며 좋은 활약을 해줬다. 하지만 2억4000만원의 FA계약을 맺은 김진영이 7.73득점5.47리바운드로 주춤했고 센터 김태연도 17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렇게 신한은행의 2023-2024 시즌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신한은행은 시즌이 끝나고 에이스 김소니아가 이적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FA시장에서 최이샘과 신이슬을 영입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신지현까지 데려오면서 선수층을 두껍게 했다. 여기에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와 신인 드래프트에서 연속으로 1순위 지명권을 따내면서 일본 국가대표 출신의 센터 타니무라 리카와 일본에서 대학을 다닌 홍유순을 지명했다. 지난 시즌에 비하면 확실히 눈에 보이는 전력 보강이었다.
최이샘은 2015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우리은행에서 활약하면서 무려 8개의 챔피언 반지를 가진 선수다. 이는 챔피언 반지 9개의 박혜진(BNK)에 이어 현역 선수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최이샘은 우리은행 시절 쟁쟁한 멤버들 사이에서 언제나 조연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최이샘은 신한은행에서 높아진 연봉만큼 더욱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공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이경은,강계리,김지영에 FA 계약을 체결한 신이슬까지 가드자원이 풍부한 신한은행은 BNK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국가대표 가드 신지현을 영입했다. 선수생활 대부분을 하위권에 허덕이던 하나은행의 외로운 에이스로 활약했던 신지현은 신한은행에서 재능 있는 선수들과 함께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지현이 새 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한다면 신한은행은 큰 전력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시즌 신설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신한은행의 지명을 받은 타니무라는 이번 시즌 신한은행의 성적에 큰 변수를 될 수 있다. 2019년 일본 대표팀에 선발했던 타니무라는 작년 8월 전방십자인대수술을 받고 재활하던 도중 신한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이번 시즌 박지수가 WKBL이 아닌 유럽에서 뛰는 만큼 타니무라가 골밑에서 위력을 발휘하면 신한은행의 성적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여름 많은 기대를 받고 출전했던 박신자컵에서 1승3패에 그치며 아쉬운 경기 내용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박신자컵에서 보여준 전력이 신한은행의 진짜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농구팬은 많지 않다. 과감한 투자와 착실한 보강을 통해 탄탄한 선수층을 구축한 신한은행이 지난 시즌에 초대 받지 못했던 봄 농구 무대에 복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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