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으로 잠복 취재 근무에 나선 미국 유명 여기자의 이야기
2018-06-30 11:28:53 (6년 전)
세상엔 그 어떤 시련과 역경이 닥쳐와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꿈을 짓밟고 넘어트리려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저항하며 묵묵히 목표를 향해 정진합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모험가인 넬리 블라이(Nellie Bly)도 그러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젊은 여성들의 롤모델로 동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진정한 걸크러쉬 여성이었죠.
186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넬리.
그녀의 본명은 엘리자베쓰(Elizabeth Cochran)였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시는 바람에 가정 형편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결국 십 대때 넬리는 집을 떠나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났습니다.
엄마와 14명의 어린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극단적 결정이었죠.
비록 선생님이 되기 위한 직업 훈련을 받게 되었지만,
보조금 지원이 똑 떨어졌고 결국 그녀는 이조차 강제로 그만둬야 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도왔을까요.
다행히 그녀의 재능이 묻히지 않고 빛을 발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1885년, "피츠버그 디스패치"라는 신문에서 여성은 요리와 육아에만 소질이 있다는
논란의 사설을 읽고 넬리는 격분에 찬 반박글을 신문사에 써 보냅니다.
신문사의 편집장은 넬리의 글에 크게 감명을 받았고 그녀를 정식 기자로 채용했습니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엄청난 행운이 따른 것이었죠!
이때부터 '넬리 블라이'라는 필명으로 그녀는 기아나 대대적으로 개정이 필요한
이혼법, 공장 노동자들의 처참한 근무 환경 등에 대해 맹렬히 보도했습니다.
독자들은 사회가 지닌 문제점들을 요점만 콕콕 집어 간단명료하게 보고하는 그녀의 글을 좋아했습니다.
신나는,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한 여러 굵직한 사건들을 보고한 넬리는 금세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고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신문사 중 하나인
"뉴욕 월드(The New York World)"에 취직이 되었습니다.
전문 기자로서의 커리어에 최정점을 찍은 것이었죠.
여기서 그녀는 '탐사 저널리즘(investigative journalism: 언론인이 범죄, 정치 부패,
기업 비리 등 특정 주제를 직접 취재하여 발굴해내는 형태의 저널리즘)'의 기초를 닦아나갑니다.
수년 동안 퀸즈와 맨해튼 사이의 이스트리버 강둑에 위치한 "뉴욕 시 정신 병동"에 대해 흉흉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곳에서 일했던 전 직원들이 끔찍한 근무 환경과 환자들을 학대하는 병원의 잔인한 행위에 대해 폭로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엔 개인이 병원에서 이뤄지는 진료 행위들을 취재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로,
병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위해선 단 한 가지 방법뿐이 없었죠.
누군가 정신병에 걸린 것으로 위장을 해 해당 병원에 '잠입' 취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안에 들어가면 두 눈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두 말할 것도 없이 넬리는 이 일은 자신이 적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넬리의 상관은 늦어도 10일 뒤 그녀를 병원에서 빼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긴 해도 당시 병원 문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무서운 소문이 자자한
미스터리 정신 병동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일은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죠.
일전에 넬리가 병원 경비에게 (병원 건물을 가리키며) 무슨 일을 하는 곳이냐고 물었을 때,
경비는 의뭉스러운 얼굴로 정신 병원으로
그 어느 누구도 '절대' 도망칠 수 없다고 자신 있게 대답한 적이 있었죠...
당시 병원 안 환경은 생각보다 더욱 끔찍했습니다.
1,600명이 넘는 환자들이 입원해 있었고, 이는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환자 수의 두 배가 넘는 숫자였습니다.
이미 상한 빵 조각과 귀리죽, 썩은 과일이 저녁으로 제공되었습니다.
환자들은 1주일에 딱 한 번만, 그것도 모두가 같은 물로 목욕을 했습니다.
건물 전체는 쥐로 들끓었습니다.
병원 직원들은 환자를 묶고 때리고 발로 차며, 아주 함부로 대했습니다.
심지어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얼음물에 얼굴을 그대로 집어넣기도 했습니다.
의사들은 환자들이 불만을 표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정신병자의 말을 믿을까요?
일부 환자들이 고자질을 했다는 사실을 듣고 화난 병원 직원들은 보복 행위로 이들을 더욱 학대했습니다.
환자들의 병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은 일절 없었습니다.
병원에 들어간 뒤 넬리는 그 즉시 정상적으로 행동했지만,
아무도 그녀가 상태가 낳아져 이젠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많은 동료 환자들 역시 전혀 정신적으로 '아픈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영어를 하지 못했고, 그저 너무 가난하거나 몸이 약해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사람들이었죠.
10일이 흘렀고, 넬리의 상관이 보낸 변호사가 법적 조항을 들춰가며 병원에게 정식으로 넬리를 풀어달라고 항의했고,
곧 그녀는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뉴욕 월드" 신문사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절대 다시는 바깥세상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의사는 그녀의 '정상적 행동' 때문에 그녀가 정신적으로 아픈 것이 맞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했죠.
병원에서 나온 뒤 넬리는 한 장의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보고서의 제목은, "정신 병원에서의 10일(Ten Days in Mad-House.)".
이 보고 이후 그녀는 전 세계적으로 화려한 명성을 얻게 됩니다.
전 세계 언론이 그녀의 보고서를 주목했고, 결국 당국은 정식으로 "뉴욕 시 정신 병동"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관련 병원 직원들은 모두 죗값을 치르게 되었고 시에서는 할당 예산을 대폭 늘렸습니다.
이에 따라 조금씩 병원 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했죠.
넬리는 평생을 모험가이자 작가, 그리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진정한 언론인의 삶을 이어갔습니다.
널리 알려진 명성 덕분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넬리의 글을 접하게 되었고,
특히 넬리의 이야기는 그녀처럼 되고 싶어 하는 전 세계의 많은 젊은 여성들에게 꿈과 용기를 불어넣었습니다.
1922년, 그녀는 뉴욕에 위치한 집에서 57세의 나이에 폐렴으로 눈을 감았습니다.
다행히도 넬리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미국의 여성 참정권론자들은 미국 내 여성들의 투표권을 쟁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삶이 모험 그 자체였던 여성, 넬리 블라이.
억압받던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언론인으로서 최선을 다했던
그녀의 업적은 절대로 잊히지, 아니 잊혀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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