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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첼시] 맨시티의 결정적 승착은 공격이 아닌 완벽한 수비였다.
2018-03-06 09:49:24 (7년 전)


맨시티의 첼시 수비 공략법

과르디올라는 이러한 첼시의 수비를 뚫어내기 위해 왼쪽 측면 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성향을 보였다. 본질적으로 첼시의 오른쪽 윙백 모제스가 반대편의 알론소에 비해 수비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모제스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아이디어는 무리뉴가 첼시와의 지난 리그 28R 경기에서 꺼내든 방법이기도 했다. 이날 맨시티는 왼쪽 방향으로만 전체 공격의 49%를 할당했다.

과르디올라는 첼시의 오른쪽 측면을 부수기 위해 다닐루가 아닌 진첸코를 선발로 출전시켰다. 진첸코는 멘디가 부상으로 이탈한 맨시티의 왼쪽 윙백 옵션 중, 가장 짙은 측면 지향적 성향을 띄는 자원이다. 윙어가 본 포지션이었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윙백이라는 포지션에 있어 진첸코는 굉장히 공격적인 옵션이다. 볼 트래핑과 발재간, 그리고 패스에 강점을 가진 선수다. 나머지 옵션들을 진첸코와 비교해보자면 다닐루는 비교적 수비적이고, 델프는 중앙 지향적 성향이 짙었다.

진첸코의 역할은 왼쪽 넓은 측면, 터치라인 부근 지역에서 볼을 받는 것이었다. 첼시의 미드필더 라인이 좁게 형성한 탓에 넓은 측면 지역이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그래왔듯 사네는 매우 측면 지향적으로 활동하며 모제스를 묶어줬다. 과르디올라는 자유로운 진첸코를 통해 첼시의 미드필더 라인을 흔들고, 라인 사이 지역에 위치한 D.실바에게 볼을 투입하려 했다. 맨시티의 주 공격 방향과 진첸코의 측면 지향적 움직임으로 인해, 워커는 비교적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진첸코와 워커의 이번 경기 히트맵 (c)squawka.com

맨시티는 첼시의 미드필더 라인이 진첸코를 통제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순간을 노렸다. 첼시의 미드필더 라인이 유동적으로 움직일 때, 라인 사이 지역에 위치한 D.실바에게 볼을 투입하려 한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라면 사네가 순간적으로 움직여 라인 사이 지역에서 볼을 받아낼 수도 있었다. 만약 진첸코가 라인 사이 지역으로 패스를 건네줄 여건이 안됐다면 6번 롤의 귄도안을 활용했다. 귄도안을 한 번 거쳐 종패스가 시도되거나, 경기의 전체적인 템포가 조절됐다.

이날의 귄도안은 굉장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경기를 조율했다. 상술했듯 첼시가 라인 사이 지역을 지키는데 매우 주력했기 때문이다. 측면의 윌리안이나 중앙의 파브레가스가 귄도안을 압박하기 위해 전진할 경우 사네와 D.실바, 아구에로, 데 브루잉 등 어느 선수든 간에 라인 사이 지역에서 볼을 잡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맨시티의 공격이 굉장히 유기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귄도안 역시 상대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원하는 방향으로 패스를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미드필더였다.

귄도안의 자유는 맨시티에게 또 다른 공격 옵션을 제공해줬다. 첼시의 라인 사이 지역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데 브루잉에게도 종종 전진 패스를 넣을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맨시티의 왼쪽 방향 집중은 첼시의 전체적인 미드필더 라인이 오른쪽 측면으로 밀집하는 현상을 낳았다. 그렇기 때문에 귄도안이 왼쪽 측면에서부터 볼을 받았을 경우에는, 종종 순간적으로 라인 사이의 데 브루잉에게 패스를 건넬 만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주로 왼쪽 하프 스페이스 지역의 귄도안이 '드링크워터-페드로' 사이에 위치한 데 브루잉에게 대각 패스를 공급하는 장면이었다.



귄도안의 이번 경기 히트맵과 패스맵 (c)squawka.com

만약 진첸코가 3선 귄도안의 옆 지역에서 볼을 받았을 경우에는, 주로 D.실바가 왼쪽 측면으로 벌려줘 전진 패스 각도를 열어줬다. 쉽게 말해 D.실바가 기존 진첸코의 포지셔닝을 잡은 것이다. 맨시티는 이를 통해 첼시의 미드필더 라인을 다시 이동 상태로 만들고, 라인 사이 지역에 위치한 사네와 아구에로, 데 브루잉에게 패스를 전달하려 했다. 맨시티의 이러한 공격 패턴은 오른쪽 방향으로 전개를 이어갈 때도 유사했다.

이에 맞서는 첼시의 수비는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견고하다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라인 사이 지역을 집중적으로 봉쇄했으며, 맨시티의 전진 패스를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첼시의 미드필더 라인은 매우 정적으로 움직였다. 상대의 볼을 빼았기 위해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지역을 지키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날 맨시티가 900개가 넘는 패스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역동성과 안정성을 모두 제공해줄 수 있는 캉테가 빠진 첼시의 미드필더 라인에게는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이날 콩테의 수비 전술을 존중하고, 이해한다. 상대는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맞이하는 맨시티다. 그들은 경기를 지배하는 상황에 매우 익숙하며, 매 장면을 주도할 수 있을 만큼의 볼 점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첼시는 수비에 큰 강점을 가진 팀이다. 몇일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수비적인 운영으로 바르셀로나를 꺾을 뻔 했다. 첼시에게는 리버풀처럼 맞불 작전을 놓을 환경(홈 어드벤티지)과 강점(전방 압박)이 갖춰지지 않았으며, 대체 불가 자원인 캉테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코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콩테는 세계적인 감독이자 명장이다. 첼시라는 팀을 이러한 방향으로 이끌어왔기 때문에, 그에 맞는 공과 사를 구분한 것뿐이었다.

-첼시를 집어삼킨 맨시티의 수비

이날 맨시티의 결정적 승착은 공격이 아닌 수비였다. 상술했듯 맨시티는 공격보다 수비 국면에서 더욱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당장 첼시의 슈팅 숫자만을 보더라도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날 첼시는 단 3번 만의 슈팅을 시도했으며, 이중 유효 슈팅은 존재하지 않았다. 

콩테 감독의 의도는 명확했다. 아자르 제로톱 카드를 꺼내들어 공격진의 빠른 발을 통해 맨시티의 수비 뒷공간을 공략할 셈이었다. 동시에 발재간이 뛰어난 3톱의 개인 능력에도 의존할 수 있었다. 당장 지난 바르셀로나전만 보더라도 윌리안이 번뜩이는 중거리 슈팅을 통해 골포스트를 2번이나 강타했다. 

과르디올라는 이러한 콩테의 공격적 의도를 봉쇄하기 위해 전방에서부터 매우 강도 높은 압박을 걸어왔다. 첼시의 1차적인 공격 전개를 통제함으로써, 최전방의 3톱이 볼 터치 자체를 못하도록 할 셈이었다. 이는 맨시티가 평소에 가장 잘해왔던 부분이기도 했다. 

맨시티가 즉각적인 공/수 전환 단계를 맞이했을 때면, 일정한 틀 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형태로 압박을 가했다. 첼시의 1차적 공격 전개를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함이었다. 맨시티는 일정 대형으로 전환해야 하는 텀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했다. 그만큼 맨시티는 매우 조직적이었으며, 모든 선수들이 적극적이고 역동적으로 활동했다. 



맨시티의 전체적인 전방 압박 형태 - 첼시의 후방 빌드업 단계

맨시티가 즉각적인 공/수 전환 단계를 맞이하지 않을 때면 일정한 형태를 바탕으로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일정한 형태를 갖춘 맨시티의 전방 압박은 4-3-3 대형으로 이뤄졌다. 우선 최전방의 3톱이 첼시의 센터백을 1대 1로 강하게 압박했다. 그럼으로써 쿠르트와에게 패스를 유도했다. 크리스텐센을 전담하는 아구에로는 상황에 따라 쿠르트와에게까지 압박을 가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2명의 좌우 미드필더가 파브레가스와 드링크워터를 수비하면서 후방 선수들에게 롱 볼을 유도했다. (아자르 제로톱은 롱 볼에 가장 큰 약점을 가진 조합임)

전방 5명의 압박 형태로 인해 자유로워진 첼시의 양 윙백은 진첸코와 워커가 유기적으로 커버했다. 맨시티의 백4 라인은 기본적으로 첼시의 3톱을 전담했지만, 상대가 모제스와 알론소에게 패스를 건네려 할 때면 진첸코와 워커가 빠르게 전진하여 수비했다. 이때 기존에 지역을 지키던 귄도안이 수비 라인으로 내려와 진첸코/워커의 수적 공백을 커버했다. 센터백 라포르테와 오타멘디는 첼시 3톱의 체크 백(볼을 받기 위해 볼을 소유한 선수에게 접근하는 움직임)을 매우 타이트하게 잡아냈다.

만약 첼시가 측면으로 후방 빌드업을 전개할 때면 볼에서 먼 쪽의 미드필더가 지역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뤼디거가 빌드업을 전개할 때면 D.실바가 지역을 지킨 셈이다. 상술했듯 맨시티 윙백이 전진한 탓에, 기존에 지역을 지키던 귄도안이 수비 라인으로 내려갔기 때문이었다. 과르디올라는 지역을 지키는 한 명의 미드필더를 둬 전방 압박 단계에서 밸런스를 추구하려 했다. 이 경우에는 첼시가 자유로운 선수(반대편 중앙 미드필더)에게 패스를 배급하지 못하도록 볼에서 가까운 쪽의 맨시티 미드필더가 압박을 가해야 했다. 가령 드링크워터가 터치라인 쪽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의 등 뒤에서부터 압박을 가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자르와 윌리안의 이번 경기 패스맵 (c)squawka.com

맨시티의 이러한 전방 압박은 완벽했다. 첼시의 후방 선수들은 대부분 롱 볼밖에 시도하지 못했다. 페드로, 아자르, 윌리안이 볼을 잡지 못하도록 한다는 과르디올라의 전술적 의도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특히나 이날 윌리안과 아자르는 단 7번, 19번 만의 패스밖에 시도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처참하기 그지없는 수치였다. 이는 당연하게도 경기에 선발 출전한 22명의 선수들 중 가장 최하위에 속하는 기록이었다.

-결론

상술했듯, 필자는 이날 콩테의 전술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 이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경기의 승패를 갈랐던 요인은 맨시티의 전방 압박이었다. 콩테는 바르셀로나전과 같이 아자르 제로톱 카드를 통해 득점을 노려보려 했으나, 완벽에 가까운 맨시티의 전방 압박에 막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콩테에게 아쉬운 부분은 교체 타이밍이었다. 첫 교체 카드를 꺼내든 78분이라는 시간은, 전체적인 경기 양상을 생각해봤을 때 분명히 매우 늦은 시점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콩테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욱 빠른 시점에 교체를 시도하기에는 무리가 따랐을 것이다. 후방 진영을 교체하자니 수비 조직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 전방 3톱에 변화를 주자니 상술한 '아자르 제로톱이 수비 국면에 행사하는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역습에 최고 임팩트를 가진 아자르를 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첼시에겐 정녕 콩테 탓만 하기에는 부족한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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