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마지막 로맨티시스트
2018-02-13 21:49:49 (7년 전)
안녕하십니까? 이번 글에서는 그라운드의 마지막 로맨티시스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예상하고 들어온 선수들도 로맨티시스트입니다.
그럼 즐감
그라운드의 마지막 로맨티시스트는 누구일까?
흔히 프란체스코 토티를 떠올릴 것이다.
아슬레틱 빌바오로 이적한 후 호세바 에체베리아는 매우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간다.
오른발 잡이지만 왼발도 제법 잘 썼고 공격 포지션은 어디든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 동안 프리메라 리가 통산 452경기에 출전해 90골을 득점했다.
공격수 치고 골수가 적다고 할 수 있겠으나
스페인에 4-2-3-1 포메이션이 유행한 2000년대 이후로
원톱 보다는 측면 자원으로 자주 기용되었다.
아슬레틱 빌바오엔 이스마엘 우르사이스라는 준수한 공격수가 있었고
이후에도 아리츠 아두리스, 페르난도 요렌테 같은 유망주들이 나왔던 만큼 굳이 최전방에서 뛸 필요가 없었다.
호세바 에체베리아가 가장 빛났던 시기는 97/98 시즌이다.
아슬레틱 빌바오를 리그 2위까지 올려놓으며 챔피언스 리그 진출도 시켰던 것
활약상을 인정받아 시즌 도중 스페인 성인 대표팀에도 발탁되어 데뷔했다.
아슬레틱에서 세운 공을 인정받아 1998 프랑스 월드컵에도 출전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유로 2000과 유로 2004에도 참가했다.
비록 호세바 에체베리아가 라이벌 클럽으로 이적(레알 소시에다드→아슬레틱 빌바오) 이적했다지만
바스크의 축구 영웅이자 그라운드의 마지막 로맨티시스트로 불릴 이유는 충분하다.
역사적인 이야기가 약간 들어가는데
최근 카탈루냐 독립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스페인은 지방색이 강한 나라다.
그 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곳이 바로
데포르티보와 셀타 비고로 대표되는 스페인 서북부 갈리시아
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카탈루냐
그리고 아슬레틱 빌바오, 레알 소시에다드로 대표되는 바스크다.
갈리시아어와 카탈루냐어는 스페인어와 유사한 점이 있지만
바스크어는 스페인어를 비롯해 다른 유럽 언어들과도 연관성이 1도 없는
지금까지도 계통을 전혀 알 수 없는 고립어다.
요즘 젊은 층이야 스페인어를 더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50년대 6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만 하더라도 시골에서 자랐을 경우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바스크어만 구사하고 스페인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 ETA는 지나친 폭력성으로 바스크인들에게도 철저히 외면받기 시작했고 2017년 해체했다.
또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ETA라는 폭력 무장 단체가 스페인 총리에게 테러를 가하기도 했고
아슬레틱 빌바오라는 구단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아슬레틱(Ahtletic)은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다.
이러한 이유들로 알 수 있듯이 바스크는 스페인 중앙 정부에 가장 큰 반감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반대로 스페인 중앙에서도 바스크 지방 그리고 바스크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는데
축구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0년대 초반 스페인 언론에선 '레알 마드리드의 무니티스 VS 바스크인 데 페드로, 누가 스페인 대표로 기용되어야 하느냐?'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굳이 '바스크인'이라는 타이틀을 넣어 차별을 두고자 했다.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시기에 이런 문구를 넣는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했던 상황 속에서도
호세바 에체베리아는 실력 하나로 논란을 잠재웠다.
지금과 달리 예전 스페인은 메이저 대회에서 매번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기에
대회가 끝나면 감독이 바뀌고 그로인해 전술은 물론 선수 선발에 연속성이 없었다.
쉽게 말해 감독의 입맛에 따라 세부적인 선수 구성이 변했다.
당시 스페인에는 빅 클럽 소속의 빅토르 산체스나 프란시스코 루페테 같은 걸출한 윙어들이 있었음에도
중위권 아슬레틱에서, 그것도 바스크인으로서 스페인 국가대표팀에 승선해 52경기나 출전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아슬레틱 빌바오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클럽이지만
부와 명예를 얻기엔 부족한 곳이다.
호세바 에체베리아는 충분히 빅 클럽으로 이적해
훨씬 높은 주급을 받으며 많은 트로피를 따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호세바 에체베리아는 산 마메스(아슬레틱의 홈 구장)에서 은퇴하는 길을 택했다.
비록 레알 소시에다드를 떠나긴 했지만 바스크인으로서 느끼는 자부심은 남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2009년 여름
호세바 에체베리아는 지난 15년 동안 아슬레틱 그리고 아슬레틱 팬들이 보내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의 마지막 시즌을 무급으로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2010년 5월 15일 산 마메스의 53,000명의 관중들의 기립 박수와
모두가 약속했다는 듯 경기를 잠시 멈추고
아슬레틱 선수들 뿐만 아니라 데포르티보 선수들도
에체베리아와 일일이 포옹을 나누며 그의 은퇴를 축하해줬다.
돈이나 명성을 따라 팀을 옮기는 요즘
원 클럽 플레이어는 물론 10년 이상 하나의 구단에서 몸담은 선수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우리에게 익숙한 원 클럽 플레이어 대부분은 우승권이나 빅 클럽 소속이다.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프란체스코 토티,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등등
이들은 이적하지 않더라도 트로피를 들 수 있는 환경에서 선수 생활을 보내고 있다.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에도
바스크인으로서 자부심에 축구 인생 전부를 걸었던 호세바 에체베리아
호세바 에체베리아가 진정한 그라운드의 마지막 로맨티시스트라고 칭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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