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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첼시] 운마저 승부를 가르지 못한 클롭과 콩테의 전술적 충돌
2017-11-29 00:36:36 (7년 전)



리버풀의 빌드업 대형과 노림수

첼시는 수비 시작시 매우 낮은 지점으로 내려섰기 때문에 리버풀은 마땅한 후방 빌드업 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하프라인 윗선에서부터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리버풀이 본격적인 빌드업을 시작할 때면 비교적 조직적인 4-3-3 대형을 형성했다. 여기서 중앙 3미드필더는 1차적으로 첼시의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 사이 지역에서 볼을 받을 수 있도록 움직였다. 아자르와 모라타가 수비시 매우 소극적인 압박을 펼쳤기 때문에 리버풀의 미드필더들이 첼시의 공격 - 미드필더 라인 사이에서 볼을 잡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윙백 모레노와 고메즈 역시 1차적으로 높은 지점까지 전진하지 않으면서 후방 빌드업을 담당했다. 이들은 수비 라인에 머물러 빌드업 단계에서의 후방 볼 소유를 도와줬다. 사실 수비 진영에서 아자르와 모라타를 상대로 안정적으로 볼을 점유하는 것 자체가 매우 쉬운 일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리버풀 3미드필더의 1차적인 목적이 첼시의 공격 - 미드필더 라인 사이에서 볼을 받는 것이라면, 2차적인 목표는 좌우 미드필더 쿠티뉴와 헨더슨이 양쪽으로 벌려 첼시 3미드필더의 옆 공간(첼시 3미드필더의 옆공간이자 윙백의 앞공간)에서 볼을 받는 것이었다. 바카요코와 드링크워터의 압박을 유도해, 첼시 3미드필더의 간격을 벌리기 위함이었다. 이때 리버풀의 좌우 미드필더들이 측면에서 겪는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 윙어 살라와 챔벌레인이 넓은 측면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여기서 밀너는 간헐적으로 첼시의 수비 - 미드필더 라인 사이 지역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크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밀너가 한 칸 앞으로 전진함으로써 캉테와 바카요코의 위치를 낮춰, 헨더슨이 더욱 넓은 공간에서 볼을 받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둘째는 공격 라인의 숫자와 밀도를 높여줌으로써 살라가 부담 없이 오른쪽 넓은 측면으로 벌릴 수 있게 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리버풀이 이번 경기에서 볼을 소유하면서 만들어내려 했던 가장 큰 부분은 첼시 수비 진영 사이의 공간이었다. 좌우 미드필더들의 측면 이동을 통한 첼시 3미드필더의 간격 증가 유도, 밀너의 간헐적 전진, 헨더슨을 센터백 사이 공간이 아닌 첼시의 공격 - 미드필더 라인 사이 지역에 위치시킨 것 등. 어찌보면 공격의 가장 당연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지만, 리버풀은 여러 작업을 통해 첼시의 수비 진영 사이사이에 공간을 만들어내려 했고, 그곳을 통해 득점을 노리려 했다.


리버풀의 공격 단계와 첼시의 대응

리버풀의 이러한 작업은 공격 단계에서도 계속됐다.

리버풀이 일정 지점 이상으로 볼을 전진시키는데 성공했다면 모레노의 오버래핑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챔벌레인이 비교적 중앙 지향적인 위치 선정을 할 수 있었는데, 이때 리버풀의 공격 라인은 첼시 3미드필더 사이 지역으로 체크 백(볼을 받기 위해 볼을 가진 선수에게 접근하는 것)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서라면 상술한 빌드업 단계에서부터 이뤄졌던 밀너와 쿠티뉴의 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나 리버풀은 전반전에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만들어내지 못 했다. 이들의 최대 문제점은 만들어낸 첼시 수비 진영의 사이 공간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리버풀은 상술한 좌우 미드필더들의 측면 이동, 밀너의 간헐적 전진 등을 통해 첼시 선수들의 압박을 유도하고, 공간을 만들어냈지만, 그곳에서 볼을 제대로 소유하지 못하거나 그 지역으로 볼을 배급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이번 경기 쿠티뉴의 전, 후반 히트맵 비교 (c)squawka.com

클롭 감독은 쿠티뉴를 후반 들어 더욱 높은 위치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전반전 헨더슨과 함께 후방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던 쿠티뉴는 45분 이후 첼시의 수비 - 미드필더 라인 사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잦아지며 상대 수비 진영의 사이 공간을 매우 위협적으로 공략했다. 바로 앞에서 소개한 리버풀 공격의 문제점을 전술적으로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이뿐만이 리버풀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행해왔던 공격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위협적인 공격 전개를 더욱 빈도 높게 이뤄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첼시 수비의 대응도 매우 훌륭했다. 리버풀이 상대 미드필더 라인에서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지역에서 위협적인 공격을 전개함에 따라 첼시의 수비 라인은 살라, 챔벌레인, 스터리지 등의 침투를 막아내야 됐다. 이에 대한 이들의 대처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아예 실행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1차적으로 리버풀의 공격수들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볼을 소유하되, 이것을 밀착 마크를 통해 막아내는 것이었다. 첼시 센터백들의 피지컬이 리버풀의 공격 라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은 전혀 무리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실행시키지 않았으며, 박스 안에서 침착하게 리버풀의 공격을 끊어냈다. 클롭 사단은 이날 단 한 번의 오프사이드에도 걸리지 않았다.



이번 경기 첼시의 태클맵과 블록맵 (c)squawka.com



이번 경기 리버풀이 볼 소유를 잃은 지점 (c)whoscored.com

-이번 경기 첼시 공격 전술의 핵심 자원 : 아자르, 드링크워터

콩테 감독은 이번 경기 드링크워터의 기용에 대해 파브레가스가 체력적으로 지쳤기 때문이라 말했지만, 이날 첼시 공격 전술에 있어 핵심 역할을 맡은 선수는 다름 아닌 아자르와 드링크워터였다.




첼시의 역습시 대형


이번 경기 첼시 공격의 1옵션은 당연하게도 수비 → 공격 전환 단계, 역습 상황에서 노리는 득점이었을 것이다. 상술했듯 이날 첼시는 전체적으로 내려앉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수비가 끝나는 시점에서부터 가장 중요한 공격을 전개해야 했다.

이때 아자르는 주로 리버풀의 전진된 미드필더 라인의 뒷공간, 상대 수비 - 미드필더 라인 사이 지역에 위치하며 볼을 받아줬다. 그의 역할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상대의 강한 압박을 벗겨내고, 광범위한 리버풀 수비 라인의 뒷공간으로 볼을 찔러주거나 쇄도하는 것이었다. 특히나 그는 하프라인 지역 부근에서 무려 8번의 드리블 돌파에 성공하며 첼시 역습의 핵심이 되어줬다.




이번 경기 아자르의 드리블 돌파맵과 히트맵 (c)squawka.com


첼시는 빌드업 단계에서도, 공격 상황에서도 매우 간결하고 빠르게 상황을 이어갔다. 빌드업 단계에서는 리버풀이 4-3-3 대형을 바탕으로 높은 지점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했기 때문에 낮은 템포로 볼을 전진시킬 수 없었다. 특히나 클롭 사단의 전방 3톱이 첼시의 3센터백을 1대 1로 견제할 만큼 리버풀의 수비 지점이 높았는데, 여기서 중앙 수비수 크리스텐센의 수준 높은 패스 능력과 공격적 센스가 빛을 발했다. 그는 최후방 빌드업 단계에서부터 좌우 센터백들과 2대 1 공간 패스를 이어가며 리버풀 전방 수비 대형을 벗겨냈다.




첼시의 공격 단계 대형과 형태


이후 공격 단계로 접어들 때면 좌우 미드필더가 1선까지 전진하면서 약 6명의 선수들이 공격 라인을 이뤘다. 캉테가 드넓은 중원을 지켜줬으며, 좌우 센터백 아스필리쿠에타와 케이힐이 공격 단계시 적극적으로 전진하며 캉테를 보좌했다. 

이때 2톱 아자르와 모라타가 드링크워터, 바카요코에 비해 더욱 빈도 높게 연계에 치중했다. 특히나 아자르는 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며 팀의 연결 고리가 되어줬다. 만약 아자르와 모라타로 향하는 패스 루트가 없을 경우 캉테의 발은 좌우로 넓게 벌린 양 윙백, 자파코스타와 알론소를 향했다.

바카요코와 드링크워터의 역할은 달랐다. 바카요코는 주로 오프 더 볼에 치중하며 보완적인 임무에 치중했다. 그는 알론소가 없는 왼쪽 넓은 측면을 커버해줄 수도 있었고(캉테의 넓은 측면 패스 옵션 제공), 중앙으로 좁혀 모라타, 아자르와 2대 1 패스 옵션을 제공해주거나 그들의 공간을 만들어줬다. 지난 맨유전 때도 그랬지만, 바카요코의 전체적인 역할은 비교적 오프 더 볼 상황에 치중하며 최전방 모라타의 고립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이번 경기 드링크워터가 맡은 역할

드링크워터의 역할은 조금 더 명확했다. 일반적으로는 바카요코와 같이 비교적 오프 더 볼 상황에 치중하며 다른 공격진들을 도왔지만, 이번 경기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그의 임무는 수비적으로 불안한 모레노를 공략하는 것이었다. 그는 리버풀 수비 라인의 모레노와 클라반 사이 공간, 그 지역으로 끊임없이 침투하면서 리버풀의 수비 뒷공간을 공략했다.

드링크워터는 위 장면과 같이 아자르와 엇갈려뛰기를 하면서 뒷공간 쇄도를 할 수도 있었고, 역습 상황에서도 최전방에서며 모레노를 묶어놓을 수도 있었다. 드링크워터는 전반전에 2, 3차례 정도 완벽한 뒷공간 침투를 해내며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하기도 했다. 모레노와 클라반은 이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마땅한 오프사이드 트랩도, 태클 타이밍도 존재하지 않았다. 골키퍼 미뇰렛의 활약이 없었다면 이번 경기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론

리버풀도 잘했고, 첼시도 훌륭했다. 양 팀 모두 전술적으로 많은 준비를 하고 나온 만큼 '운'조차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클롭과 콩테 양 감독 모두 이번 경기에 대해 괜히 퍼포먼스적으로 만족한 것이 아니다. 만약 이번 시즌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이 두 팀은 현재 현실적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향한 도전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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