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분석한 한식
2017-11-26 16:13:30 (7년 전)
외국인이 분석한 한식
나는 보통 한국 여자들과 점심을 먹는다. 언어는 공유하지 못하지만 대부분 한국인들이 그러듯 음식은 공유한다. 이 나라에 산 지 6개월 되었는데 거짓말 안 보태고 식사는 배움의 연속이다. 한국 음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난 저녁밥상을 해석하기 위한 새로운 식사 언어를 배워야할 필요가 있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처음 본 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 대부분의 음식이 뭔지 알 수 없었고 조사하듯이 맛을 봤지만 입안에서 그 음식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었다. 가끔 한 입 먹어보면 그 음식을 알아내기 위한 여정의 시작점으로 쓸 수 있는 재료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내게 익숙한 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주로 먹던 음식과는 너무 달라서 한국음식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뭔가 빠진 듯했다. 치즈도 없고 크림이랑 버터도 없고 다양성도 없고 페이스트리도 없다. 테이블에는 소금도 후추도 토마토 소스도 마요네즈도 없다. 이상하게도 한국인들은 제공된 음식을 입맛에 맞게 바꿀 필요를 못 느끼나 보다. 뒤늦게서야 나는 이게 한국음식에 대한 무지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에 갓 왔을 때 점심으로 밥을 가져가지 않는 초보적인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나는 탄수화물을 피하려고 밥을 먹지 않으려고 했는데 반찬은 수두룩해서 배는 곪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영주가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더니 만류에도 불구하고 밥을 덜어 주었다. "너무 짤 거야"라고 말하면서. 그녀가 설명하려고 했던 건 내 점심이 제대로 된 게 아니라는 것었다. 쌀밥은 그저 배만 부르게 하는 게 아니라 각종 반찬의 강한 향의 균형을 맞춰주는 기초가 된다. 또 한번은 간장, 고추장, 파가 섞인 엄청 짠 소스를 밥에 들이 부었다. 다른 맛을 보충하기 위해 이 소스는 작은 한 스푼이면 충분했는데 난 전혀 알지 못했다. 또 나는 밥과 반찬을 매일 큰 그릇에 모두 섞어서 먹었는데, 밥을 풀 수 있는 곳이 따로 있는 구내식당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작은 공기에 밥이 나오는 다른 식당에서는 당황스러웠다. "큰 그릇은 대체 어디 있는 거지?" 한국음식 이름을 알게 되자, 외식은 마치 지뢰밭 같았다. 좋아하는 음식은 계속 먹고, 싫어하는 건 피했다. 김밥을 좋아하게 됐는데 초밥처럼 간장 소스에 찍어 먹었다. 만두는 언제든지 좋았고 메뉴가 복잡하면 믿을만한 선택은 항상 비빔밥이었다. 그래서 몇몇 음식은 정복했고 새로운 음식탐험이 편안하고 즐거워졌다. 하지만 난 여전히 한국음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메뉴판이 어려워서 그런 건 전혀 아니다. 한국음식은 하나의 요리로 나오지 않는다는 걸 이해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이다. 한국사람들은 소금 어느 정도 또는 소스 어느 정도 해서 재료를 조합하는 식으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내놓지 않는다. 나는 이 나라에서 새로운 입맛이 생겼다. 한국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은 한식이 많은 반찬과 같이 나온다는 걸 알 것이다. 반찬은 그 식사와 관련 없지 않다. 사실 반찬없는 식사는 기초가 없으므로 그렇게 분류할 수조차 없다. 한국의 식사는 단 한개의 재료나 요리로 나눌 수 없다.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 달랑 흰밥만 먹고 있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직장 여자 동료들과 식사를 하면서 한국 음식을 배웠는데, 한국에서 식사는 창의적인 행위이다. 두 사람이 반찬은 공유하지만 절대 같은 식사를 하지 않는다. 한입한입마다 쌀, 고기, 나물, 달고 짜고 시큼한 반찬과 양념장의 조합이 이루어진다. 이 음식을 모두 한 그릇에 섞어 버리면 꼭 맛있지만은 않은 맛의 과부하로 미식의 재앙이 발생한다. 각각의 맛은 조금씩 신중하게 조합하여 즐겨야 한다. 여직원들과 점심 식사는 다음과 같다. 쌈장 살짝 묻혀서 상추에 싼 밥멸치 약간고추장이랑 밥을 섞은 작은 오믈렛(실제 오믈렛이 아니라 모양을 표현한 듯)느끼함을 없애기 위한 신김치 한 입네모난 김에 싼 양념두부 얹은 밥 한번에 여섯가지 식사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자주 든다. 재료와 요리가 먹을 때마다 숟가락, 젓가락, 손으로 조합되고 재조합된다. 수동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모든 한입한입이 (기성이 아닌) 맞춤인 것이다. 처음에는 한국사람들이 내가 먹는 음식을 보고 놀랄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서양음식이나 아프리카음식은 별볼일 없고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먹었던 음식을 한국사람들이 보면 참 지루해했을 것 같다. 입맛에 맞출 소스를 곁들여 모두 한 접시에 나오니 말이다. 그리고 김치도 없으니 분명 뭔가 허전하다고 느낄 것이다.
유머게시판 : 87013건
- 공지 유머게시판 경험치 및 포인트 지급 안내 24-08-22 00:31:38
-
9137
독일의 애완동물 시스템
17-12-07 13:51:54
-
9136
자존감 약한 사람 특징
17-12-07 13:51:54
-
9135
승용차 뒷유리에 와이퍼가 없는 이유
17-12-07 13:51:54
-
9134
열도의 동정 비율
17-12-07 13:51:54
-
9133
군대 안 가려고 저지른 사건
17-12-07 13:51:54
-
9132
일본의 독도 교육
17-12-07 13:51:54
-
9131
프랑스인에게 한방 먹은 일본인
17-12-07 13:51:54
-
9130
의경 출신의 중국 불법 어선 썰
17-12-07 13:51:54
-
9129
다시보는 미생
17-12-07 13:51:54
-
9128
선택의 아이러니
17-12-07 13:51:54
-
9127
세계사의 변태들
17-12-07 13:51:54
-
9126
토트넘 요렌테 선제골.gif
17-12-07 11:51:46
-
9125
JTBC 차이나는 클라스 페미편이 얼마나 개병신인지.factcheck
17-12-07 11:51:46
-
9124
채영 이번 컨셉 사진 맘에 안든다
17-12-07 09:50:58
-
9123
더 파이팅 근황.jpg
17-12-07 09:50:58
-
9122
[인터풋볼] [UCL 리뷰] ‘전반만 2실점’ 맨시티, 개막 23G 만에 ‘첫 패’
17-12-07 07:50:21
-
9121
씹덕에 대한 편견을 깨고싶은 남자.JPG
17-12-07 07:50:21
-
9120
이젠 너무 커버린 그 회사
17-12-07 05:49:43
-
9119
최시원과는 다른 하연수
17-12-07 05:49:43
-
9118
지금이랑은 차원이 다른 여초 카페의 핵유쾌한 드립 수준.jpg
1
17-12-07 03:49:04
-
9117
서로서로 극딜하는 배성재 박문성 듀오.jpg
1
17-12-07 03:49:04
-
9116
은근히 이거 로망인 사람 많음
1
17-12-07 01:48:27
-
9115
[골닷컴] 캠벨의 충고 아스널, 맨유처럼 UEL 우승 노려야
1
17-12-07 01:48:27
-
9114
볼만한 타임리프를 소재로한 작품 Top5.jpg
1
17-12-06 23:47:46
-
9113
[STN스포츠] 스페인 매체, 이강인, 올 시즌 프로 데뷔도 가능
1
17-12-06 23:4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