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주요부분 정리
2018-01-28 22:56:41 (7년 전)
잔혹한 비극의 시작은 1982년 여름이었다. 깊은 밤, 낯선 이들의 방문을 받은 뒤 홀연히 모습을 감춘 아버지.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아버지를 찾아주겠다며 집에서 묵었던 이들이 떠난 후 사촌형 최낙교, 최낙전 씨도 사라져버렸다. 형제들은 사형과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아버지와 사촌 형은 간첩이었다. 이들이 무려 20년간 간첩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최을호 씨는 사형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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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재심에서 최을호 씨와 조카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들은 간첩이 아니었다. 억울한 누명을 벗었지만 살아있는 피해자는 아무도 없다. 검찰 조사가 한창이던 최낙교 씨는 구치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고 최낙전 씨는 오랜 징역 생활 후 가석방 4개월 뒤 스스로 모습을 끊었다. 큰 아들 최낙효 씨는 고향에 왔다가 갈대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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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을 악명 높게 만든 별명은 '고문 기술자'였다. 이근안을 만났던 최낙전 씨는 출소한 뒤에도 불안해 했다고 한다. 최명수(가명, 고 최을호 씨 둘째아들)씨는 "너희는 몰라. 안 당해 보면 몰라' 라고 하더라. 내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곳이 그곳이더라"고 말했다.
이근안은 고문과 구타, 전기고문, 물고문 등을 주도했다. 잔혹한 고문을 했던 이근안이 원했던 것은 단 하나, 간첩이라는 자백이었다. 최낙전 씨는 만들어진 죄인이 됐지만 자신의 기막힌 상황을 호소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출소 후에도 부안관찰이라는 명목 하에 집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겪은 일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출소 4개월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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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윤 씨는 안기부에 끌려가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 아들은 "남자 성기에 볼펜 심지를 끼우는 고문이라든가 양족 종아리 무릎 뒤에 각목을 끼워서 매달아 놓는다든가. 검사 앞에서 얘기하면 되겠지라는 희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랬더니 검사가 공소사실을 내리치면서 다시 데려가서 다시 해오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석달윤 씨는 23년이 지나서야 무죄를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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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1심 판사였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여상규 의원은 "재심이라는 제도가 있는 이상은 무죄 받을 수도 있겠죠"라고 말했다. 불법 구금과 고문에 대해 묻자 여상규 의원은 "고문을 당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다. 지금 물어서 뭐하냐"고 답했다. 특히 "당시 1심 판결로 한분의 삶이 망가졌다. 책임 못 느끼냐"는 PD의 말에 "웃기고 앉아있네 이양반 정말"이라며 버럭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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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는 귀를 막았고 억울함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 됐다 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윤정헌 씨는 "법정에서 거짓말이라고 다 했다. 고문도 이야기 했는데 판사가 생각하지도 고려하지도 않았다. 검사가 15년 구형했고 판사가 7년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자 박영식 씨는 "고문 받아서 허위자백 했다. 죄가 없다. 간첩 아니라고 독재 이야기를 하니까 판사가 피고는 반성이 없다. 아무 반성이 없으니까 15년이라고 했다. 어이없었다"고 회상했다. 이헌치 씨 역시 "나는 간첩이 아니라고 했다. 검사가 '판사님 이헌치가 부정한다'고 재판장이 '피고인은 반성 기미가 하나도 없다. 사형을 언도한다'고 했다.
당시 검사는 3선 국회의원이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정형근 전 의원이다. 그는 고문 혐의가 많았지만 법의 심판을 빗겨갔다. 또 1심 판사는 판결 이후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는 5선 의원을 지냈던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이다. 그는 "지난 판결 내용이나 과정에 대해 언급 안하는게 불문율이다"는 문자만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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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오주석 씨는 "멀쩡한 사람들 잡아다가 하루이틀도 아니고 60일간 감금시켜놓고 면회도 안 시키고 전부 조작했다. 그런 나라가 어디있냐. 자기 국민을 간첩으로 만드는 나라가 어디있냐.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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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대공수사국장은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을 발표했다. 역대 최대 간첩 조작사건이다. 이기동 전 수사관은 "무리한 수사였다. 신문 보고 다 안다. 한 직급 진급하려면 반드시 성과가 있어야 한다. 나중에 무죄가 되든 신경 안 쓴다. 자기 목표는 이뤘으니까"라고 말했다.
진급을 위해 고문하고 사건을 조작한 수사관. 안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침묵을 강요했던 정부.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에게 사형을 선고하며 불의에 눈감았던 사법부. 역대 최대 간첩사건은 그렇게 완성됐다. 당시 1심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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