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선수로?!' 중앙대 윤호영 감독, 제자들과 특별한 추억 쌓기…

2025-06-19 13:16:49 (29일 전)

참 보기 드문 조합이 3x3 무대에 등장했다. 제자들과 한 팀을 이뤄 코트에 복귀(?)한 중앙대 윤호영 감독의 등장은 올팍투어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지난 11일 개막한 '2025 KOREA 3x3 올팍투어 시즌 1'이 2주 차 일정에 돌입했다. 슈터 고찬유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고 있는 중앙대는 18일 열린 예선전에 색다른 조합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바로 스승 윤호영 감독과 제자들이 한 팀을 이뤄 출전한 것. 3x3에서만 볼 수 있는 묘미였다. 경기 전날부터 윤호영 감독과 중앙대 선수들이 한 팀을 이뤄 출전한다는 소식이 기사, SNS를 통해 전해졌고, 이날 중앙대의 경기는 단연 가장 관심을 모으는 메인이벤트였다.

현역시절 등번호인 ‘13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등장부터 이목을 끈 윤호영 감독은 은퇴한 선수답지 않게 여리여리하면서도 탄탄한 몸매를 자랑했다. 중앙대도 이날 윤호영 감독의 경기를 보기 위해 출전 선수 외 주장 김휴범을 비롯한 전 선수단이 올림픽공원에 집결했다.

윤호영 감독이 공을 잡을 때마다 관중석에 있던 중앙대 선수단은 “KBL 레전드”, “감독님 멋져요”, “MVP, MVP”라는 반응들과 함께 큰 함성을 내보냈다. 제자들과 합을 맞춘 윤호영 감독은 코스모(18-16)와 스포츠앤컴퍼니(22-17)와 예선 2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3x3 데뷔 게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예선 2승으로 결선에 진출한 중앙대는 20일(금) 동국대 서울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리는 파이널에 나서 우승에 도전한다. 올팍투어 우승 팀은 150만원 상금과 함께 오는 8월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타이페이 3x3 국제 챌린저 참가티켓이 주어진다.)

윤호영 감독은 득점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스크린, 패스, 볼 없는 움직임 등 이타적인 플레이에 집중했다. 체력은 분명 현역 때만 못했지만 중간 중간마다 특유의 피딩 능력을 보여주는 등 패스 센스만큼은 살아있다는 걸 증명했다.

윤호영 감독의 출전은 단순한 이목 끌기가 아니었다. 성균관대 코치 시절부터 제자들과 무언가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고. 또, 은퇴하기 직전 시즌 코트에서 팬들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미안함을 대신 전하고자 하는 마음도 섞여 있었다.

중앙대 선수들 역시도 스승과 한 팀에서 뛴다는 것이 벅찰 법도 했다. 고찬유는 “우선 KBL 레전드로 활약했던 감독님과 한팀을 이뤄 경기에 출전해 너무 영광스러웠고 설레였다”며 “감독님께서 스크린을 기가막히게 거시더라. 패스도 잘 찔러주셔서 편하게 뛰었다”고 윤호영 감독과 같이 뛴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고찬유는 “사실 감독님께서 같이 뛰자고 하셨을 때, 믿기지 않았고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다(웃음). 막상 같이 뛰어보니 감독님과 거리가 더 가까워졌고 올팍투어에 출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음은 올팍투어에 출전한 윤호영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Q__우선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행히 부상 없이 3x3 데뷔게임을 마치셨는데요.

안 다치는 게 가장 큰 목표였는데 우선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제자들과 즐겁고 재밌게 농구했고 뜻 깊은 추억을 쌓은 것 같아 기쁘네요.

Q__올팍투어에는 어떤 이유로 참가하게 됐나요?

은퇴 시즌에 코트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못 보여드리고 은퇴를 해서 팬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어요. 그 죄송스러움을 마음 한 켠에 계속 두고 있었고 저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남아있었거든요. 이렇게나마 팬들께 인사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이번 올팍투어에 제자들과 함께 출전하게 됐습니다.

Q__올팍투어 출전은 전부터 계획하셨다고요?

성균관대 코치로 있을 때부터, 선수들에게 같이 한번 나가보자고 진담반, 농담반으로 얘기하곤 했었어요. 실제 연습복도 받아놨었고요. 그러다가 중앙대 감독에 부임하게 됐고, 공교롭게도 중앙대 감독에 부임한 날이 3x3 경기력향상위원회(이하 경향위) 위원에 위촉된 날이예요. 3x3 경향위 위원로서 직접 선수로 뛴다면 무언가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고 중앙대 선수들에게 ‘나도 뛸 거야’라고 언질을 해놨어요. 선수들은 처음에 진짠지, 아닌지 긴가민가했던 거 같아요(웃음). 아마 연습복이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선수들도 제가 뛰게될 거라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 해요.

Q__선수로서 직접 느껴본 3x3 종목은 어땠나요?

대학교 시절에 한강에 가서 길거리 농구한 이후로 야외 농구는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짧은 시간 안에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 요즘 농구 트렌드에 맞는 것 같아요. 공수전환도 빠르고 그래서 그런지 5대5보다 더 많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것 같아요. 분명 재미는 있는데 5대5보다는 다른 힘듦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름 재밌게 잘한 것 같아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코트 바닥이 조금 미끄러운 걸 느꼈는데 이 부분은 부상 방치 차원에서라도 개선됐으면 하네요.

Q__하루 준비한 것치고는 꽤 조직력이 잘 맞는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패턴을 직접 지시하는 모습이나 스크린을 주도적으로 걸거나 번뜩이는 패스 센스를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는데요.

패턴의 경우, 저희가 5대5 농구에서 하던 패턴을 응용해서 한거예요. 몸이 예전 같이 않으니까 스크린, 패스 등을 통해 아이들을 최대한 많이 살려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나름 흥미로웠습니다.

Q__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경기 전에 부상 위험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경기 끝나고는 ‘보기 좋았다’고 얘기해주시는 분도 있었고 또, 어떤 분께서는 ‘현역 복귀하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기분은 좋았어요. 하하.

Q__이번 올팍투어 출전이 앞으로 선수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올팍투어 출전) 그런 이유에서 올팍투어에 참여한 것도 있어요. 제가 중앙대 감독에 부임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아이들과 친밀감을 느끼고 스킨십을 해야 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이번 올팍투어 출전을 계기로 아이들과 어느 정도 친밀감이 형성됐으니 앞으로 학교로 돌아가서도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Q__3x3 경향위 위원으로서 3x3의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올팍투어도 그렇고 생각보다 많이들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3x3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분들이 현장에 와주셔서 즐기고 느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5대5 농구도 경기장에서 보는 것과 TV로 보는 게 확연히 다르잖아요. 특히 3x3는 관중과 선수가 가까이서 호흡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더 현장감이 느껴지고 재밌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경향위 위원으로서 3x3를 더 홍보하기 위해 노력하려고요.

Q__3x3 선수로 뛰는 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요.

제가 선수로 계속 뛰는 건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실례라고 생각해요. 또, 그러면 선수들에게 너무 깊게 관여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오늘 올팍투어에 출전한 건 이벤트성으로 뛴 거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__중앙대 감독직에 부임한지 2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2달 간 팀을 지휘하면서 느낀 소회는요.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즐겁게 팀을 이끌고 있어요. 다만, 제 색깔을 팀에 입히는 게 어렵다는 걸 새삼 느끼기도 했고요. 시간이 필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추구하는 색깔이 있고 아이들도 그거에 맞춰 잘 따라오려고 하지만 기존에 하던 것들이 있으니 그 습관들이 실전에서 드러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연습량의 중요성을 더더욱 느껴요.

Q__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아이들이 너무 착하고 잘 따라와주려고 해줘서 고마움을 느껴요. 누구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건 없잖아요. 저도 공부하고 더 노력해서 하루 빨리 팀에 녹아들겠으니, 아이들한테도 감독이 원하는 부분과 방향에 빠르게 따라와달라고 얘기해요. 지금까지는 잘 따라와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저와 아이들의 생각이 하나로 일치했을 때 더 재밌는 농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재밌는 농구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