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이끈' 정윤주 "배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2025-01-18 00:53:24 (22일 전)

아웃사이드히터 정윤주는 프로 네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대구여고를 졸업하고, 2021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흥국생명에 입단했다. 고교시절 대구여고 삼인방 중 박사랑과 서채원이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은 것과 구분됐다.
흥국생명에 입단한 그는 데뷔 시즌인 2021-2022시즌 30경기에 출전해 203점을 올리며 이름을 확실하게 알렸다. 외국인선수 캣벨과 함께 흥국생명 공격을 책임졌다.
가파른 성장이 예상됐던 정윤주를 이후 코트에서 자주 보기 어려웠다. 2년차와 3년차를 대부분 웜업존에서 보냈다. 2022-2023시즌 18경기에 나서 12점을 기록했고, 2023-2024시즌은 4경기에서 1점에 그쳤다.
그 사이 정윤주와 함께 웜업존에 서있던 많은 동료들이 팀을 떠나 실업무대로 이동했다. 어렵사리 팀에 살아남은 정윤주에게 2024-2025시즌은 새로운 도약의 해로 떠올랐다. 팀이 치른 21경기에 모두 나서 233점을 뿜어내며 활약했다. 서브 득점도 지난 세 시즌 동안 7점 뿐이었지만 올 시즌 21개를 성공시키며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정윤주는 36.35%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전체 10위에 올라있다. 국내선수로는 김연경(흥국생명/2위), 강소휘(한국도로공사/8위)에 이은 3위에 해당한다.
오픈공격 부문에서도 정윤주는 10위에 랭크돼 있다. 국내선수로는 김연경(5위), 이한비(페퍼저축은행/7위), 강소휘(8위)에 이은 네 번째다.
서브는 7위에 올라있다. 세트당 0.288개를 성공시켰다. 흥국생명에서는 가장 강하고 정확한 서브를 구사한다.
정윤주의 활약 속에 흥국생명은 16일 광주 원정길에서 페퍼저축은행에 3-2 승리를 거두며 선두를 이어갔다. 2위 현대건설과의 승점 간극도 4점으로 늘렸다.
정윤주는 이 경기에서 팀내 최다인 23점(전위 15점, 후위 4점, 서브 4점)을 올리며 승리를 견인했다. 리시브는 다소 흔들렸지만 공격력으로 이를 커버했다.
경기 후 정윤주는 "진짜 너무너무 이기고 싶었습니다. 간절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경기에선 승리의 주역이었지만 흥국생명이 최근 연패를 당하는 동안 정윤주의 활약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은 모든 경기에서 자기 몫을 하는 수준까지는 올라오지 못한 것.
그는 "제가 뛰는 자리가 크고 중요한 자리라고 느끼고 있어요.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굴곡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시기이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선수 투트쿠의 부상 공백기에 정윤주는 에이스 역할을 해내기도 했고, 마테이코 합류 이후에도 정윤주의 공격 비중은 상당했다. 팀의 간판인 김연경을 상대가 집중견제할 때 뚫어내야 하는 중책 또한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윤주는 "주춤할 때 언니들도 감독님도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그러면서도 해내야 한다고 하십니다. 저 또한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느끼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부담을 이겨내는 건 부담감에 흔들려 본 직후 반응해야 하기에 참으로 힘든 과정이다. 훈련으로 감각을 익히고, 멘탈적으로 강해져야 성과로 도출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정윤주는 조금씩 성장했다. 그 결실이 코트 위에서 하나둘 나타나고 있는 것.
정윤주는 "외국인선수가 코트에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함께하는 동료들과 팀워크로 뭉쳐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제가 좀더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박또박 생각을 담아낸 답변을 풀어내는 것 또한 달라진 부분이었다.
최근 경기에서 정윤주 쪽으로 향하는 볼은 터프했다. 정윤주는 착지 과정에서 넘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대한 불평은 없었다.
정윤주는 "때리기 쉽지 않은 볼이 올라오면 순간적으로 생각을 합니다. 포인트를 내면서 랠리를 끝낼 것인지, 아니면 상대가 다음 랠리를 힘들게 전개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를 잠시 고민합니다. 오늘 경기와 최근 경기에선 전자를 주로 구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책임감으로 공을 때리고 있는 정윤주다.
그의 서브 또한 큰 무기가 됐다. 강한 서브가 리시브 라인 뒤쪽에 떨어지도록 구사한다. 최근에는 구질이 다른 또하나의 신무기도 맹연습중이다.
정윤주는 "(김)연경 언니가 서브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줍니다. 앞으로 던지고 날아가는 공을 때리라는 걸 이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며 "감독님이 언급한 코스도 요즘 연습량을 늘려가고 있습니다"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이 자리까지 왔다. 2년차와 3년차를 어떻게 버텨냈는지 물었다.
정윤주는 잠깐 고개를 들어 당시를 떠올리더니 "코트 안에서 팬들에게 저의 배구를 보여드릴 수는 없었지만 훈련 때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저의 움직임과 공격을 보여주면서 믿음을 주고 싶었습니다. 4년차인 지금 다시 코트에 설 기회를 얻었기에 지금 이 자리의 무게감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시즌 목표는 '우승' 하나다. 개인적인 목표를 물어보니 "팀이 우승하고, 제가 득점 10위 안에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시즌 직후에는 국가대표팀이 소집된다. 정윤주는 대표팀 후보군에 거론된다. 강한 공격력, 강한 서브능력이 중요한 상황이기에 중용될 가능성도 있다.
정윤주는 "국가대표팀은 누구에게나 욕심이 나는 자리입니다. 저 또한 솔직히 그렇습니다"라며 속내를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팀이 원하는 부분을 제가 충족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훈련하며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윤주에게 배구인생 최종목표를 물었더니 "배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제 이름을 들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배구선수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오늘도 정윤주는 내일을 바라보며 정진하고 있다. 흥국생명 또한 정윤주의 활약 속에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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